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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무명천 할머니’ 쓸쓸한 1주기

등록 2005-09-06 17:57수정 2005-09-06 17:57

4·3 대표적 여성피해자…8일 기일 추모의 정 식고 살던 집은 폐가로
‘하얀 무명천으로 턱을 동여맨 채 햇볕이 드는 울담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무명천 할머니’로 알려진 진아영(당시 90)할머니다.

오는 8일은 4·3의 비극과 고통의 상징으로, 대표적인 여성 피해자의 상징으로 알려진 진 할머니가 이승을 떠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해 9월 진 할머니가 숨을 거두자 제주지역의 각종 신문과 방송, 4·3 연구자 및 문화예술인들이 앞다퉈 그의 한많은 삶을 애도했다.

진 할머니는 4·3사건이 일어난 다음해인 1949년 1월 북제주군 한경면 판포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턱을 잃어버려 한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턱 부위를 감싸고 살았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붙여진 별명이 ‘무명천 할머니’다.

당시 나이 30대 중반이었던 할머니는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55년 동안이나 제대로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 채 혼자서 생계를 꾸려왔다.

사람의 정이 그리웠던 할머니는 후유장애 속에 평생을 홀로 지내다 노인성 질병까지 겹쳐 2년6개월 동안 한림읍 성이시돌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9월9일 숨을 거두었다.

1주기가 되는 지금, 할머니가 생전에 혼자 살았던 북제주군 한림읍 월령리 368의 단칸방은 돌보는 이가 없어 덩쿨이 우거진 채 폐가가 됐다. 넝쿨은 지붕 위까지 뻗었고, 마당은 손질할 이가 없어 잡초가 무성히 자랐다.

할머니를 돌보았던 수녀들이 지난 3일 추모미사를 가진 것이 전부다. 지난해 떠들썩하게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던 언론도, 관련단체들도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할머니가 숨을 거두자 한때는 모금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다행히 할머니를 알았던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연락해 8일 할머니의 처소를 정리하는 조촐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어떤 뜻있는 이는 그날 하루만이라도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겠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 한켠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온 몸에 4·3의 상처를 아로 새긴 채 살아온 할머니에 대한 추모는 비단 유족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리라. 8일 하루만이라도 진 할머니의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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