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중앙교회에 마련된 이집트 폭탄테러 희생자 김홍렬씨의 빈소에서 신도들이 조문하고 있다. 진천/뉴스1
[이집트 한국인 테러] 비탄 잠긴 진천 중앙교회
“부상 심한데 치료 못받고 있다”
교회 대책위 꾸려 유족 현지로
“부상 심한데 치료 못받고 있다”
교회 대책위 꾸려 유족 현지로
17일 오후 이집트 폭탄 테러 현장의 처참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는 불안과 초조,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이 교회 최규섭(39) 부목사는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신도들의 부상이 심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좋은 병원에서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테러로 다친 최정례(67)씨의 사위 윤성노(40)씨는 “장모께서 사고 16시간 동안 무릎 아래에 파편이 박힌 채로 지혈만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 병원 등에 15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숨진 김홍열(64·여·권사)씨도 이 병원에 안치돼 있다고 교회 쪽은 전했다. 다른 15명은 이스라엘의 호텔에 머물면서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교회는 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이대성 장로와 숨진 김씨의 유족 등 5명을 18일 새벽 현지로 보내기로 했다.
순례객 차기호(57)씨는 “펑 소리와 함께 버스 앞쪽이 불길에 휩싸였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고, 또다른 순례객 유재태(63)씨는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누군가 버스 앞쪽에 뭔가를 던지고 간 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고 교회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교회는 신자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7일 새벽 기도회를 열었으며, 저녁 7시께 분향소를 차렸다. 이익상 원로목사는 “교회 구성원 모두 힘을 모아 대처하고, 사고를 당한 신도와 가족을 위로하자”고 말했다. 신도들은 숨진 김씨의 영혼을 위로하고 부상자들의 무사 귀환을 빌었다. 한 신도는 “숨진 김씨는 이 교회가 생길 때부터 교회에 나오던 정말 믿음이 대단한 분이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 윤아무개씨는 “믿을 수가 없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숨진 김씨의 이웃 주민들도 애통해했다. 김씨는 교회에서 300m쯤 떨어진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왔다. 아파트 앞에서 만난 한 주민(70·여)은 “교회 열심히 다니던 참 좋은 분이셨다. 먼 땅에서 아프게 돌아가셨다는 말 듣고 마음이 참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71·여)도 “며칠 전 성지 순례를 간다고 조금은 들떠 있었던 모습이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참으로 허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성지 순례에는 김동환 목사 부부 등 가족 신도 7팀 16명과 숨진 김씨 등 개인 신자 15명이 참가했다. 최 부목사는 “교회 창립 60돌을 맞아 오래전부터 성지 순례를 준비했다. 성경에 나오는 지명을 따라 터키, 이집트, 이스라엘을 여행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진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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