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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고 열흘 지났는데 장례도 못치르는 고교 실습생

등록 2014-02-20 21:38

“안타깝다. 어디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정치인들도 왔다 가고 하는데… 같은 나이에 대환이는 10일이 지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지난 10일 밤 울산 북구에서 폭설로 공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지붕 철판에 깔려 숨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김대환(19) 군의 아버지 김영호(50)씨는 20일 울산전문장례식장의 아들 빈소를 몇몇 가족들과 함께 지키며 이같이 맺힌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들의 사고가 난 지 열흘이 지나도록 회사 쪽과 사과 및 보상문제 등에 관해 제대로 대화조차 이뤄지지 못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김군보다 1주일 뒤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희생자들은 사흘만에 코오롱 쪽과 보상합의가 이뤄져 21일 합동영결식을 앞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 김씨는 “회사 쪽이 처음부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진심으로 사죄했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사고 난 뒤 이튿날에야 회사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선 한다는 말이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였다”고 불만을 말했다. 김씨가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사고난 지 1시간20분이 지난 밤 11시40분께, 그것도 회사가 아닌 병원 응급실 직원한테서였다. 바로 놀란 가슴을 쓸어안으며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회사 쪽 관계자는 누구도 볼 수 없었다. 결국 병원 쪽 안내에 따라 직접 장례식장을 잡아 빈소를 차리고 난 뒤 이튿날 오전에야 회사 쪽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았다. 회사 대표 최아무개씨는 그 다음날에야 빈소를 찾았지만 화가 난 김씨 족 유족을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김씨는 “사고 난 뒤 회사 쪽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식의 입에 발린 말 뿐 진정한 사죄 표시가 없다. 19일엔 처남들을 회사에 보냈는데 ‘(사고 당시) 회사에선 할만큼 다했다’식의 판에 박힌 말뿐이었다. 이래서는 유족들이 맺힌 가슴을 어떻게 풀겠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숨진 김군이 일했던 회사 금영이티에스(ETS) 관계자는 “유족이 조문조차 거부해 보상문제는 얘기도 못 꺼내고 있다. 회사 대표와 직원들이 계속 장례식장으로 나가 유족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사고 직후 금영이티에스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최근엔 김군에게 한 주에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킨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회사 대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숨진 김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을 받고 현장실습에 들어가면서 회사 쪽과 현장실습표준협약을 맺어 “‘갑’(회사)은 야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및 휴일에 ‘을’(김군)에게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아니된다”는 확약을 받았지만 지난 10일 밤 10시19분께 야간 근무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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