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정신건강센터 등
‘심리사회적 부검’ 보고회
전국 지자체에선 처음
“중증 만성질환·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 겹치면 극단선택”
‘심리사회적 부검’ 보고회
전국 지자체에선 처음
“중증 만성질환·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 겹치면 극단선택”
‘중증 만성질환, 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살자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었던 경우는 30%, 질병이 없는 사례는 16%에 그쳤다.
24일 충남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최명민 백석대 교수(사회복지학) 등 연구팀은 충남도청에서 ‘충남 자살자 심리사회적 원인조사(부검)와 유가족 지원사업’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심리사회적 부검은 자살의 동기·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사망자에 대한 수사·의료기관 정보와 가족·친구·동료 등의 진술을 종합해 자살의 실체에 접근하는 연구 기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심리사회적 부검을 통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1~12월 충남도 15개 시·군 가운데 자살률이 높은 4개 시·군의 25개 사례를 분석했다.
자살자의 전형적인 유형을 보면, 60대 이상 남성 노인은 질병과 경제적인 부담, 고독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60대 이상 여성 노인은 어려운 가정형편과 가부장적 환경에서 부모·배우자·자녀에게 당한 폭력·학대, 질병이 자살로 내모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최근 늘고 있는 청장년층 귀향자는 경력 단절과 사업 실패의 마지막 출구로 귀향했지만, 가족 또는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고 현실 해결책을 구할 수 없는 절망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지역 보건의료기관들은 자살 예방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살 사건은 대부분 자택이나 그 근처에서 이뤄졌고 유서는 남기지 않거나 미안·당부·고통을 매우 짧게 남긴 것이 많았다. 평소 안 하던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례가 다수 관찰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76%는 자살을 예상하지 못하고 넘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삶 자체의 가치가 건강이나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에 밀리고, 빈집이나 고령 노인이 많아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가족·사회와의 단절과 소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음주 등이 자살을 부르는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분석됐다. 체면을 중시해 속마음을 감추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충청도 양반문화’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지역 의료기관이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고위험 주민에 대한 조사·지원과 자살 예방 교육을 서둘러 해야 한다. 보건소에 정신건강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확대해야 하며, 귀향한 청장년층이 재기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성/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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