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견제장치 필요” 지적 나와
군수쪽 “정적견제 아냐…항소 검토”
군수쪽 “정적견제 아냐…항소 검토”
전남 해남군은 지난해 1월 민인기(61) 해남지역자활센터장의 업무를 정지시켰다. 당시 해남군은 “민씨의 임기가 2년이어서 2007년에 이미 끝났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이 없다”는 근거를 댔다. 이 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온 해남와이엠시에이(YMCA)는 “이사회에서 임기제를 폐지했고 자격은 소급 적용할 수 없다. 민씨가 7년 동안 운영을 잘해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양쪽의 다툼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해남와이엠시에이는 26일 “박 군수는 법률에 어긋난 업무정지 처분을 내려 저소득층의 자활사업에 혼란을 초래하고,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에 지장을 가져왔던 데 대해 군민한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광주지법 행정2부(재판장 이종채)는 지난 13일 해남지역자활센터장의 업무정지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해남와이엠시에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군수의 행정행위에는 수권의 근거뿐 아니라 권한의 종류와 방식을 명시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업무정지 처분은 법령에 근거가 없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단체는 군을 상대로 제기했던 민 센터장의 업무정지 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판결문이 송달되자 이런 입장을 밝혔다. 해남와이엠시에이는 “군이 판결을 존중하기를 바란다”며 “이를 계기로 부당한 처분 이후 한해 넘게 이어진 주민과 직원의 고통, 시민단체와 행정관청의 대립을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재판 결과가 알려지자 박철환(56) 해남군수의 판단과 처신을 겨냥한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박 군수가 정치적 경쟁자인 민 센터장을 밀어내려다 ‘월권’이라는 판결을 받은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광교(66) 해남와이엠시에이 이사장은 “뜬금없이 센터장을 업무정지시키면서 자활센터의 운영을 잘못한 것처럼 몰리기까지 했다. 전임 두 군수는 문제 삼지 않았는데 박 군수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정확(47) 해남군의회 의원(통합진보당)은 “자활센터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내사, 업무정지 처분 등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복선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 같다”며 “제왕적 단체장의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 주민복지과 쪽은 “2주일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정적 견제’를 위한 처분이라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고, 선거 시기에 나온 소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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