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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나무’ ‘101살 시어머니’…주민이 직접 쓴 마을이야기

등록 2014-03-02 19:21수정 2014-03-02 22:40

왼쪽부터 김순자씨 김택종씨
왼쪽부터 김순자씨 김택종씨
죽곡마을 주민들 40편 투고
전남예술재단 지원…책 펴내
“다섯 남매 다 키워주셨는데 땅에도 안 내려놓고 키웠어. … 지금은 손손주들 얼마나 이뻐하시는지… 어머님도 곧 갈 때가 되고 나도 곧 갈 때 되니/ 어머님도 불쌍하고 나도 서러워/ 아이들 오면 할머니만 좋아하고 어머니 힘든 건 몰라/ 내 자리가 없어.”

인구 2000명가량인 전남 곡성 죽곡면의 작은 마을 삼송리에 사는 김순자(69·사진 왼쪽)씨가 쓴 ‘백한살 어머니’는 “우리 시어머니 올해로 백한 살이네”로 시작한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는 “효부상 이야기들 하지만 살다 보면 잘하고 못할 때가 있는데, 그저 부끄럽고 부담스러울 뿐이야”라고 겸손해한다. 이 시는 최근 죽곡농민열린도서관(관장 이균열)이 낸 마을이야기 책 <천년의 나무>(홈밸리 펴냄)에 실렸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은 2011년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라는 마을시집을 낸 뒤, 두번째로 마을이야기 책을 펴냈다. 전남문화예술재단 지원으로 낸 이 책에 실린 100여편의 글 중 40편 정도는 주민들이 투고한 것이고, 나머지는 김재형(50) 전 관장이 채록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뒤 다시 읽어드리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리했어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기 일쑤였어요. 글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분들의 답답함을 풀어줬지요. 제가 영매(무당) 구실을 한 셈이지요.”

곡성에 사는 소설가 이재백씨와 이명희씨가 죽곡 농민 이야기문학상 심사를 맡았다. ‘천년의 나무’(김택종·84)가 우수작으로, ‘백한살 어머니’(김순자), ‘구십 평생 평화롭게 살았어’(조담·92), ‘다마금 쌀’(강연순·69), ‘우리 손자 정이 들어 없으면 못 살아’(오옥순·75) 등 4편이 가작으로 뽑혔다. 이재백 작가는 “기교라곤 모르는 순수함의 의미는 영혼의 울림과 통하기 마련이다. 한 생애를 조명하는 은은한 가락들은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택종(오른쪽)씨의 ‘천년의 나무’는 난리통에 불타버린 당산나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당산나무 그늘 아래서 놀았다… 서로 손이 닿지 않았던 큰 나무였다… 여순반란사건으로… 그 큰 나무까지 다 타버렸다. … 타고 남은 가지 하나를 잘라서/ 큰 책상을 몇 개 만들어 사용했다// 천년이나 되는 느티나무를,/ 아까운 보물 나무를 잃어버려서/ 지금도 안타깝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죽곡농민열린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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