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12명…노인·임신부 도와
“버스 타는 노인들 늘었다”
“버스 타는 노인들 늘었다”
5일 아침 6시40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여명의 새벽, 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 버스 종점에서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한 여인이 이원·포동행 시내버스에 올랐다. 한교숙(63)씨다. 맨 앞자리에 한씨가 앉자 버스가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한씨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내려서 탑승하는 이들을 도왔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임신부들을 부축해 버스에 오르게 했으며, 짐을 대신 받아 싣기도 했다. 승객이 다 탄 다음에야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른 뒤에도 노약자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버스가 멈추면 하차까지 도왔다. 30㎞에 이르는 버스 구간을 4차례나 순환하며 승객의 손발이 됐다.
“다 탔어요. 이제 오라이~” 하고 외치던 옛 ‘버스 안내양’을 떠오르게 했다. 그의 주황 조끼 왼쪽 가슴엔 ‘시내버스 탑승 도우미’라고 씌어 있다. 그는 안내양이 아니라 말 그대로 버스 탑승 도우미다. 옥천군에는 한씨와 같은 버스 탑승 도우미가 12명 있다. 모두 60살 안팎의 여성이다. 한씨 등 6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탑승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옥천군은 지난해 5~9월 시범사업으로 버스 탑승 도우미제를 시행한 뒤 노인·임신부 등 노약자들의 반응이 좋자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 도우미는 옥천 안남, 수묵, 청산, 포동, 은행, 금암 등 11개 노선에 배치돼 노인·장애인·임신부 등의 탑승을 돕는다. 이들은 옥천장이 서는 날(5, 10, 15, 20, 25, 30일)마다 나타난다. 군은 하루에 4만6000원씩 수고비를 건넨다. 한교숙씨는 “어머니 같은 어르신과 딸 같은 임신부 등을 돕는 마음으로 나서는데 너무 보람있다. 가끔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이 수고한다며 주머니에 사탕 한줌을 넣어줄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인 등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임계호(82) 대한노인회 옥천지회장은 “노인들은 장날 장에 가는 재미로 사는데 그동안은 버스타기 엄두가 안 나 못 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탑승 도우미들이 나오면서 버스 타는 노인들이 늘었다. 한마디로 도우미들이 예뻐 죽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