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본부, 주민건강조사 결과
방제참여 주민 절반, 두통·기침 등
“초기작업 투입 말고 대피시켰어야”
방제참여 주민 절반, 두통·기침 등
“초기작업 투입 말고 대피시켰어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안의 원유부두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5일 뒤에도 인근 피해지역 대기에서 발암성 물질인 벤젠이 기준보다 32배 이상 검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에스칼텍스 원유부두 기름유출사고 시민대책본부는 10일 여수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름유출 사고 뒤 벌인 주민건강 영향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수시 신덕마을 해안의 대기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 벤젠이 환경부의 기준치인 1.6ppb보다 13.3~32.6배 높은 21.4~52.2ppb로 측정됐다. 벤젠은 백혈병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끓는점이 80.1도로 낮아 기름막으로부터 8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5일이 지난 뒤에도 벤젠의 농도가 높은 이유는 원유 33만9000ℓ와 나프타 28만4000ℓ가 함께 유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제작업에 참여한 신덕마을 주민들의 소변에서는 크실렌 대사산물의 농도가 56.3㎎/gCreati.로 환경부에서 2012년 일반인의 평균치라고 밝힌 0.4㎎/gCreati.에 견줘 140배 높았다. 일반인의 크실렌 대사산물 농도는 2001~2010년 태안 등지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불검출되거나 10㎎/gCreati.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또 방제에 참가했던 주민들은 마스크·방제복 따위 장구를 착용했는데도 46.7%가 기침, 가래, 숨참, 답답함 등 호흡기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35%는 온몸에서 붉은 발진이 돋는 등 피부 증상으로 고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에 이상을 느꼈다는 다른 증상도 구역감(62.2%), 두통(54.1%), 눈 따가움(40.5%), 어지러움(35.1%) 등으로 다양했다.
이번 조사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일과 건강’ 등이 사고 5일 뒤인 지난 2월5일 방제작업에 참여한 평균 61살인 남성 9명과 여성 28명 등 모두 37명을 대상으로 어깨에 측정기를 붙이거나, 소변시료를 분석하는 등 방법으로 진행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측정팀장은 “사고 발생 당시에 조사가 이뤄졌다면 유해화학물질의 농도가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며 “이런 측정치만으로도 사고 초기에 주민들을 방제에 투입하지 말고 대피시켰어야 했는데 당국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민대책본부는 △민관합동 피해조사단 구성 △사고초기 대응지침 마련 △지역주민 대피권 보장 △화학물질 알권리 보장 조례 제정 등을 촉구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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