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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모든 승용차를 전기차로” 제주의 담대한 도전

등록 2014-03-16 20:45수정 2014-03-17 15:20

지난 14일 제주도청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에 한 직원이 충전 케이블을 이용해 전기차를 연결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지난 14일 제주도청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기에 한 직원이 충전 케이블을 이용해 전기차를 연결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현장 쏙] ‘전기차 메카’ 꿈꾸는 제주

천혜의 자연 환경을 품은 제주도가 ‘전기 자동차의 섬’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160대를 시민들에게 보급했고 올해 451대를 지원할 참이다. 2030년까지 제주에서 운행하는 승용차 37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데….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의 섬, 제주도가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섬’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160대를 민간 보급하려고 공고를 내자 신청자 487명이 몰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 구입비(2300만원)와 완속충전기 설치비(700만원)를 지원하면서 전기차 값이 일반 차량과 비슷해지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제 제주시내에서도 전기차를 흔히 볼 수 있다.

기자도 2차 신청 때 선정돼 지난해 12월4일 전기차 에스엠(SM)3 Z.E를 산 뒤 석달째 몰고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하고, 충전할 때 트렁크에서 충전케이블을 꺼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지금은 주위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기아차 레이, 한국지엠 스파크,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 등 3종의 전기차 운전자 2명씩에게 물어보니 다들 만족한다고 했다. 100점 만점에 1명만 80점이라고 했고 5명은 100점을 줬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짧은 주행거리다. 1회 충전하면 차종에 따라 135㎞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90~100㎞ 안팎 운행하며 거의 날마다 충전한다고 했다. 레이를 운전하는 김권진(49·서귀포시·자영업)씨는 “배터리가 50~60%쯤 남아 있어도 충전한다. 완전 충전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스파크를 운전하는 김상현(60·서귀포시)씨는 “완전 충전하면 130㎞ 정도 탈 수 있다지만 40㎞쯤 남으면 충전한다”고 했다.

전기차의 상용화를 위해 충전 인프라의 확충은 필수적이다. 환경부는 전국에 충전기 1962대를 설치했다. 이 가운데 20분이면 80%까지 충전되는 급속충전기는 177대인데, 제주에만 48대(27%)가 있다. 제주도는 올해 급속충전기 20대를 추가 설치할 참이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양창주 사무관은 “제주도에서 민간 보급했다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구입 문의 전화가 많다. 예산의 한계로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 보급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충전 불편을 덜기 위해 2017년까지 급속충전기 600여기를 전국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에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에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전기차 3개월간 직접 타보니
1회 충전으로 평균 100km 안팎 운행
주행거리 짧아 거의 매일 충전 ‘불편’
약 2천원이면 완전충전 운행비 ‘만족’

충전기 등 인프라 전국 최고 수준
조례 준비 등 ‘친환경 섬’ 변신 착착
“전기차를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

지난달 28일 서귀포시에 취재하러 가려고 제주도청 2청사에서 100% 충전에 4~5시간이 걸리는 완속충전기를 이용했다. 배터리 잔량이 27%인 상태에서 3시간 남짓 완전 충전하자 충전 비용이 1500원 정도 들었고, 주행가능 거리가 100㎞라고 표시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35㎞라고 돼 있지만 완전 충전해도 102㎞를 넘은 적은 없었다. 르노삼성 쪽에 물어보니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같은 차종을 구입한 이경실(45·제주시)씨는 “초기에 130㎞가 나올 때도 있었다. 완전 충전하면 100㎞는 넘는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중문동까지 출퇴근하는 SM3 소유주 김정옥(41)씨도 “완충하면 120㎞ 정도 나온다”고 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중간 지점인 성판악(해발 750m)까지 오르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자 배터리 소모량이 급증했다. 성판악까지 도착하니 주행가능 거리가 67㎞라고 표시됐다. 성판악부터 서귀포시내까지 내리막길에선 배터리가 자동 충전되면서 조금씩 주행가능 거리가 늘었다. 감속하거나 내리막길을 달릴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재충전하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서귀포시청에 닿자 82㎞로 표시됐다. 그러나 함부로 돌아다닐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이날 90여㎞를 주행하고 제주시내 집에 닿자 배터리 잔량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 곳을 취재하러 다니기엔 아무래도 불안하다.

제주도는 전기차의 시험무대에 적격이라고 한다. 해발 1100m를 통과하는 도로가 있고, 주생활권인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왕복 80~90㎞가량이다. 폭우와 강풍, 안개도 드물지 않아 자동차 실험 운행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전기차의 최대 강점은 싼 운행비용이다. 레이를 운행하는 최권주(44·제주시 애월읍)씨는 넉달 동안 6500㎞를 운행했다. 최씨는 “중형 엘피지 차량은 한달 연료비가 30만~35만원 들었는데, 전기차는 4만원쯤 든다”고 말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 중문동을 출퇴근하는 김정옥씨는 “중형차를 몰 때는 기름값이 한달 60만~70만원쯤 들었는데, 지금은 10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제주도는 올해 전기차 451대를 민간에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상반기에 보급할 226대의 구입 신청을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받고 있다. 1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리는 15~21일엔 행사장인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24~28일엔 제주도청에서 접수한다. 차종은 레이(4인승), 쏘울 EV(5인승), SM3 Z.E(5인승), 한국지엠 스파크(5인승) 등 국산 4종과 닛산 리프(5인승), 베엠베(BMW) i3(5인승) 등 외국산 2종이다.

전기차 확산의 관건은 불안한 충전기술과 비싼 차량 가격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구입 보조금이 줄고, 세제 혜택과 완속충전기 지원 등이 올해로 끝나면, 차값은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전망이다. 판매 예정가는 레이 3500만원, 쏘울 4100만~4200만원, SM3 Z.E 4225만~4338만원, 스파크 3990만원, 리프 5000만~5500만원, i3 6400만~6900만원이다.

제주도는 전기차를 2017년까지 2만9000대, 2020년까지 9만4000여대를 보급하고 2030년에는 제주에서 운행하는 승용차 37만1000여대(증가분 포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웅대한 비전을 내놓는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전제한 것이다. 다음달 전기차 보급과 관련한 용역을 맡기고 조례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홍두 제주도 스마트그리드과장은 “세계환경수도를 추진하는 제주도가 친환경 전기차를 미래성장산업으로 키우려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전기차종 선택 폭이 늘어나 경쟁률이 5 대 1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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