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부산 사상구 괘법동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앞 컨테이너 아트터미널에서 사상구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무료 야외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영남 쏙] 부산, 문화·예술로 도시재생을 꿈꾸다
부산 사상구 경전철역 앞 컨테이너와 부산 북구 전통시장 앞 헌 집들에 전시·공연 공간이 들어섰다. 젊은층이 빠져나가고 문화 여건이 뒤떨어진 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권을 되살리는 불쏘시개 구실을 할까?
부산 사상구 경전철역 앞 컨테이너와 부산 북구 전통시장 앞 헌 집들에 전시·공연 공간이 들어섰다. 젊은층이 빠져나가고 문화 여건이 뒤떨어진 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권을 되살리는 불쏘시개 구실을 할까?
부산 사상구는 경남과 부산을 잇는 남해고속도로,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 경부선 철도 사상역이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하지만 한때 30만명을 넘었던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25만명을 밑돌고 있다. 부산 최대 공단이었던 사상공단의 입주업체 87%가 종업원 20명 이하로 영세하다. 지역 9만6000여가구 가운데 임대아파트에 6500여가구가 산다.
부산 북구는 대규모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화명동과 낡고 오래된 주택이 많은 구포·덕천동 사이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특히 구포시장 근처 재개발 사업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줄줄이 무산되면서 도심 슬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두 지역에 문화와 예술이 차츰 번져가고 있다.
■ 컨테이너에서 울려 퍼지는 힙합음악 지난 8일 오후 6시께 사상구 괘법동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에 도착한 승객들은 아래쪽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발길을 멈췄다. 컨테이너 안에서 힙합 음악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승객들은 컨테이너 중간에 설치된 투명유리 쪽으로 다가가 12팀이 참가한 힙합 공연을 구경했다. 이아무개(25)씨는 “화물을 싣는 딱딱한 컨테이너에서 힙합 공연이 열리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는 부산시가 지난해 5월 2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도심의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컨테이너를 활용했다. 컨테이너는 2개인데, 3층 높이에 연면적이 1021㎡다. ‘소란동’ 컨테이너에선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고 ‘도란동’ 컨테이너에는 동아리 모임 방과 국내에 정착한 이주민들이 만나는 다문화 카페가 있다.
컨테이너 2개는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를 닮았다. 사각형이지만 앞면과 옆면 일부에 투명유리를 설치하고 출입문과 계단, 바닥도 친근한 소재로 만들어 콘서트장과 전시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들어가면 무대와 조명이 달린 260여㎡ 다목적홀이 눈에 들어온다. 공연과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방(쇼케이스) 5개가 있다. 전시회나 동아리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2층 뒷문을 열면 야외 무대가 나온다. 나무로 된 계단식 바닥에 관객들이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다. 경전철 승객들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대가 훤히 보인다.
컨테이너의 이름은 ‘컨테이너아트터미널’(캐츠·CATS)이다. 컨테이너에서 공연을 하고 전시회를 연다는 뜻이다. 독립(인디)예술가들의 무대라는 뜻에서 ‘사상인디스테이션’이라고도 불린다.
쇠락하는 서부산권의 중심 사상구
‘컨테이너 아트터미널’ 개관하고
힙합 등 무료 콘서트·전시회 열자
2030 발길…8개월간 1만여명 찾아 구포시장 근처 헌집 개조해 문연
창조문화활력센터 ‘꿈팡팡’
문화중심 역할…재래시장에 활기 도시 재생의 마중물 된 문화·예술
시 “젊은층 유인…상권 되살릴 것” 부산문화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20·3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려 다양한 기획 행사를 열었다. 다달이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힙합·록·재즈·비보이 등을 주제로 하는 무료 콘서트를 마련했다. 여름엔 컨테이너 한쪽을 모두 열어서 40여일 동안 음악회를 했다. 삭막한 사상공단에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10월엔 부산지역 독립예술가들의 공연과 미술·사진 전시, 강연·포럼 등 ‘부산스럽게’를 열었다. 11월 1층 다목적홀에서 연 레고·취미 전시회엔 5000여명이 다녀갔다. 입소문을 타면서 캐츠를 이용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12월에만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학생·동호회 등이 30여차례 이용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캐츠를 방문한 관객은 1만3000여명에 이른다. 면적이 500㎡ 남짓한 컨테이너 1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임재환 부산문화재단 사상인디스테이션 코디네이터는 “개관 뒤 6개월 동안 가동률이 70%여서 우리도 놀랐다. 컨테이너라는 공간이 시선을 끌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주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 전통시장에 등장한 비보이 춤 강습소 100년 역사의 북구 구포시장에도 지난해 9월 낯선 건물이 들어섰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덕천역 1번 출구에서 300여m 떨어진 곳의 창조문화활력센터 ‘꿈팡팡’이다. 꿈팡팡은 청소년들의 꿈이 활짝 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지난 12일 저녁 꿈팡팡 1층 연습실에선 힙합댄스팀이 공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하 연습실에선 고교생 2명과 20대 초반 2명 등 5명이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음악에 맞춰 몸을 튕기거나 멈추고 회전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스트리트댄스(거리춤)의 하나인 로킹 수업이다.
고교 2학년생인 이은결양은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하면서 전문 춤꾼이 되고 싶어서 댄스 수업을 받고 있다. 전에는 먼 곳까지 갔는데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댄스 강사 김지현(31)씨는 “보통 댄스 강습실은 젊은층이 많은 도심이나 대학가에 있는데, 문화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에 이런 시설이 자리잡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꿈팡팡은 부산시가 구포시장 들머리의 헌 집 3채를 13억원에 사들인 뒤 8억원을 추가로 들여 371㎡ 터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635㎡의 문화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지난해 11월부터 주민한테 개방했다. 지하 1층에선 힙합·비보이 등의 춤 강습이 이뤄진다. 1층엔 카페와 연습실, 2층엔 소모임과 주민 대상 강습을 하는 방이 여럿 있다. 3층엔 108명이 앉을 수 있는 공연장과 멀리서 온 공연 출연진과 강사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다.
문화소통단체 ‘숨’이 운영을 맡았다. 개관 뒤 10·20대를 위한 힙합 콘서트와 연극 등을 마련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한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 도시재생의 마중물 부산시는 서부산권 상권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르네시떼~사상역~신라대를 연결해 젊은층을 사상구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사통팔달 교통 중심지인 사상역의 캐츠에서 인디 음악을 듣고 맛집 거리와 사상역~신라대로 이어지는 젊음의 거리를 거닐게 하면, 신라대 학생들은 물론 부산-김해경전철을 타고 부산을 오가는 김해지역 4개 대학 학생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상구와 북구에 캐츠와 꿈팡팡을 만든 것은,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상권이 되살아나는 도시재생을 위해 젊은층부터 찾도록 해야겠다는 취지에서다. 황동철 부산시 창조도시기획과장은 “두 지역의 도시재생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꿈팡팡은 2019년까지 구포시장과 구포동 일대를 되살리겠다는 부산시의 계획에서 나왔다. 꿈팡팡에서 600여m 떨어진 구포역 근처에 문화예술인들이 입주하는 건물을 만들어 꿈팡팡~구포시장~구포역을 오가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도 도시재생을 반겼다. 김귀자(59)씨는 “사상에서 37년을 살았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시설이 마을에 들어서면 생기가 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아무개(50)씨는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구포시장 주변에 처음으로 문화시설이 들어서서 반갑다.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연과 강습 과정을 개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운영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힙합 공연 기획자 구아무개(29)씨는 “도심 외곽인 사상역까지 젊은층을 끌어들이려면 인디 예술인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캐츠가 인디 예술인들의 공연 장소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컨테이너 아트터미널’ 개관하고
힙합 등 무료 콘서트·전시회 열자
2030 발길…8개월간 1만여명 찾아 구포시장 근처 헌집 개조해 문연
창조문화활력센터 ‘꿈팡팡’
문화중심 역할…재래시장에 활기 도시 재생의 마중물 된 문화·예술
시 “젊은층 유인…상권 되살릴 것” 부산문화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20·3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려 다양한 기획 행사를 열었다. 다달이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힙합·록·재즈·비보이 등을 주제로 하는 무료 콘서트를 마련했다. 여름엔 컨테이너 한쪽을 모두 열어서 40여일 동안 음악회를 했다. 삭막한 사상공단에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10월엔 부산지역 독립예술가들의 공연과 미술·사진 전시, 강연·포럼 등 ‘부산스럽게’를 열었다. 11월 1층 다목적홀에서 연 레고·취미 전시회엔 5000여명이 다녀갔다. 입소문을 타면서 캐츠를 이용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12월에만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학생·동호회 등이 30여차례 이용했다. 지난 8개월 동안 캐츠를 방문한 관객은 1만3000여명에 이른다. 면적이 500㎡ 남짓한 컨테이너 1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임재환 부산문화재단 사상인디스테이션 코디네이터는 “개관 뒤 6개월 동안 가동률이 70%여서 우리도 놀랐다. 컨테이너라는 공간이 시선을 끌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주효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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