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이 ‘카지노 입성’을 노리는 곳은 영종도뿐만이 아니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서도 대규모 중국 자본들이 카지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주도에는 이미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8곳이 몰려 있다. 아직은 모두 국내 자본이 투자한 곳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중국 자본이 카지노를 만들겠다고 나선 곳은 세군데로, 모두 기존의 카지노 시설과는 달리 규모가 크다. 제주시 노형동 도심 한복판에 제주도 내 최고층 건물로 지어질 계획인 ‘드림타워’를 비롯해, 제주신화역사공원, 제주분마이호랜드 등이다.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하는 드림타워는 건축 허가를 앞두고 있어 최근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56층 규모의 관광호텔과 콘도미니엄 등 2개 동으로 이뤄지는 드림타워에 들어설 카지노 시설의 연면적은 2만7570㎡다. 호텔 지하 1층과 지상 1, 3, 45, 46층 등 무려 5개 층이 카지노 시설이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운영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총면적(1만4084㎡)보다 1만3486㎡가 크다. 건축허가가 나는 대로 6월께 본격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홍콩란딩국제발전유한회사와 겐팅 싱가포르도 지난달 초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추진중인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역사공원 안에 22억달러를 투자해 객실 2800개 규모의 호텔과 우수고객 게임테이블 200개, 일반 테이블 600개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시 이호유원지 27만6000㎡에 개발사업 시행자인 중국 분마그룹이 투자한 제주분마이호랜드가 전체 면적 3만8895㎡ 규모의 초대형 카지노가 포함된 사업시행 변경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화교들이 출자한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할 예정인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계획에도 카지노 타운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들과 일부 도지사 예비후보들은 드림타워의 카지노 시설과 관련해 “최근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제주도가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도박의 섬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카지노 허가권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갖고 있는 다른 시·도와 달리, 제주지역은 2006년 7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에게 허가권이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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