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막…후세대 전승에 초점
문학의 밤·미술제·세미나 등 마련
내달까지 위령굿·음악회 이어져
문학의 밤·미술제·세미나 등 마련
내달까지 위령굿·음악회 이어져
제주4·3을 기리는 문화예술축전은 늘 4·3 행사의 정점이었다. 4·3위령제를 치르는 하루를 제외하고는 주로 문화예술축전이 4·3 당시 억울한 넋들을 기리는 구실을 도맡아왔다.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제주민예총)이 올해 66돌을 맞아 4·3문화예술축전의 주제를 ‘역사에 유배된 자들을 위한 연가’로 잡았다. 29일부터 5월31일까지 제주도 일대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축전은 4·3문화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고 4·3을 후세대에 전승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이는 21년 동안 해마다 문화예술축전을 치러왔지만 후세대에 제대로 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주민예총의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제주민예총은 “여전히 4·3 행사에는 4·3을 몸서리치게 겪었던 당대 또는 1세대 유족들만 참여하고 손자·손녀들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기 열정적으로 논의했던 진정성 있는 공론의 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29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포럼과 제주작가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4·3 문학의 밤’은 국가추념일 지정 의미와 향후 과제를 두고 소통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4·3 시화 캘리그래피전도 29일부터 4월30일까지 도의회 로비에 마련한다.
4·3 미술제는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 사이-제주의 바다는 갑오년이다!’를 주제로 다음달 1~15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5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탐라미술인협회 작가와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쿠로시오 비극의 연대와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펼친다.
특히 19일 현장 위령제에서는 ‘산지항 수장 해원상생굿’이 열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순실 제주큰굿보존회 이사장이 집전하는 해원상생굿은 여태껏 마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행방불명인들을 위한 위령굿으로 진행한다. 4·3 당시 체포되거나 귀순한 제주도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바다에서 행방불명됐다.
4일 저녁 6시30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열리는 ‘4·3평화음악회’에선 4·3 당시 불렸던 노래들을 인디밴드들이 부른다. 4·3 당일인 3일 오후 5시부터는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역사맞이 거리굿이 열려 체험마당과 전시, 퍼포먼스 등을 진행한다. 이밖에 평화문학기행, 문학심포지엄, 시화전, 사진전 등도 5월31일까지 이어진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4·3이 제주 사회의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되고 제주 사회를 전진시키는 에너지가 되려면 세대와 이념을 넘어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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