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장 안에 화상경륜장까지 운영하기로 해 하남시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사리경정장에서는 매주 수·목요일에 경정 경기가 있는데도 금·토·일요일에 화상경륜장까지 운영되면 미사리 일대가 온통 ‘도박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일 하남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사업본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난 2월28일 미사리경정장 안에 경륜 장외발매소 설치를 승인받았다. 경정 매출이 떨어지자 내놓은 수익개선안으로, 사업본부는 경정장 관람석 2363석(실내 1343석, 실외 1020석) 가운데 1층 실내 296석을 화상경륜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1층 실내석에 설치된 42인치 모니터 64대로 하루 15경기씩 주 3회(금·토·일) 경륜 경기를 화상중계하겠다는 것이다.
하남시 주민들과 오는 6월부터 3만7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미사지구 주민들은 “주민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데다, 미사리를 일주일 내내 도박장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사지구는 미사리경정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주민 반발이 일자 이교범 하남시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체육관광부에 화상경륜장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사업본부는 4일로 예정됐던 화상경륜장 개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으나, 사업을 접을 뜻은 없어 보인다. 사업본부 관계자는 “경정 인구는 하루 2000여명이고 화상경륜 이용객도 하루 200~300명에 그쳐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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