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 누워있니 세월호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명의 주검이 17일 오전 경기 안산시 고잔동 안산 고대병원 영안실로 옮겨지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엇갈린 운명, 단원고 생존학생들 눈물
“옆 친구 없어진 거 뒤늦게 알아
누구랑 같이 있는 게 무서워요”
일부 치료 거부하기도
박 대통령 “총력지원” 지시에도
빈소 마련 등 행정지원 안돼
“옆 친구 없어진 거 뒤늦게 알아
누구랑 같이 있는 게 무서워요”
일부 치료 거부하기도
박 대통령 “총력지원” 지시에도
빈소 마련 등 행정지원 안돼
“아~선생님….”
아비규환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구성민(17)군은 “배를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걱정 마라. 침착해라. 그래야 산다’고 소리치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구군은 “돌아가신 남윤철 선생님은 끝까지 저와 친구들을 탈출시켜려 안간힘을 썼다”고 전했다.
함께 탈출한 2학년 6반 한상혁(17)군도 “배가 기울며 선실에서 쏟아져 내리는 구명조끼를 받은 고창석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먼저 입고 배를 빠져나가라’며 목이 터져라고 소리를 지르셨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한군은 “평소에 우리를 참 많이 이해해주시고 재밌게 지도해주신 선생님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학교 이해봉 교사의 눈물 어린 희생도 전해졌다. 간신히 갑판에 올라와 배에서 뛰어내린 2학년 5반 권지혁(17)군은 “난간에 매달려 아이들의 탈출을 돕던 선생님을 본 게 마지막이다. 제발 무사히 우리 곁으로 돌아와 달라”며 흐느꼈다.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등으로 구조된 학생 가운데 63명은 17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선생님’이란 단어만 나오면 귀를 세우며 혹시 자신들이 모르는 소식이 있는지 들으려 했다.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진 김아무개(17)양은 “병실에 들어갔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너무 두렵다. 누구랑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무섭다”며 치료를 거부하고 17일 오전 어머니와 병원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정차웅·임경빈·권오천(17)군 등 3명이 한꺼번에 숨진 2학년 4반에서는 이란성 쌍둥이 정대진·복진(17) 형제가 나란히 구출돼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구조된 학생들이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병동 옆에 있는 장례식장에는 숨진 학생 3명의 주검이 이날 오전 9시49분께 안치됐다. 그러나 ‘총력 지원을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빈소 마련 등 행정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임경빈군의 외삼촌은 “목포에서 진도로 8시간 넘게 헤매다 가까스로 장례식장까지 조카를 데려왔는데, 아무런 준비도 안 돼 있었다. 이는 부모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단원고는 다문화 수업이 특화돼 있는데, 러시아계 학생인 2학년 4반 세르코프 학생도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단원고 탁구부는 17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단체전 결승에서 울산 대송고를 3-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 2연패를 달성했지만 선수들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아닌, 친구들을 향한 슬픔의 눈물이 쏟아졌다.
단원고 팀(안영은 박세리 박신애 노소진)은 16일 안양여고와 준결승전을 앞두고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은 오후 3시 준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에 집중해 안양여고를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선수들은 경기 뒤 대다수 학생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학생들과 동급생인 2학년 안영은·박세리양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오윤정 단원고 코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 마음이 힘들까봐 사고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결승전 끝나고 나서 생각하자’고 말했다. 친구들이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더 정신력이 강해졌던 것 같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안산/김기성 기자, 홍석재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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