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자(오른쪽 하얀 옷)씨가 17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 환평리 유종순(93)씨를 찾아가 발 지압을 해주고 있다. 옥천군청 제공
오른쪽 손·다리 등 장애 있지만
홀몸노인 반찬 10년째 배달 봉사
홀몸노인 반찬 10년째 배달 봉사
충북 옥천에는 집배원보다 유명한 배달 아줌마 ‘복자씨’가 있다. ‘복자씨’는 2004년부터 옥천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돌보미’로 일하면서 8년째 홀몸노인 등에게 반찬 등을 배달하는 최복자(56)씨다.
이름보다 ‘복자씨’, ‘반찬 아줌마’란 별명이 더 유명하다. 그는 일주일에 1~2차례씩 홀몸노인 가정 4~5곳에 반찬을 전하고 있다. 홀몸노인 등이 부탁하면 담배·기저귀·생활필수품 등을 대신 사서 배달하기도 한다.
그는 두살 때 심하게 앓은 뒤부터 오른쪽 손·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장애인(지체상지기능장애 4급)이다. 1994년에는 뇌수술 뒤 뇌병변 장애(3급)까지 겹쳤다. 최근에는 무거운 반찬통을 옮기다 왼손마저 다쳐 수술을 하기도 했다.
“장애인으로 살다 보니 몸 불편한 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저야 그래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으니 도와야지요.”
이웃 홀몸노인 가정을 찾아 청소, 빨래 등 허드렛일을 돕던 그는 복지관에서 “반찬을 만들어놔도 배달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을 찾았고, 2003년 3월 어렵사리 면허증을 따 옥천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2008년 생활관리사, 2011년 11월에는 웃음치료사,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등을 거푸 따내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재담을 늘어놓고 있다. 이들 노인시설에서 그는 오락부장으로도 불린다. 그는 장애인 봉사 공로를 인정받아 장애인의 날인 18일 옥천군수상을 받는다.
그는 “평소 어머니가 ‘넌 장애가 있지만 여럿을 도우면 복을 받아 장애가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란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그 말을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지금은 없지만 어머니를 돕듯 어르신들을 돕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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