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쏟아지자 사과
“어떤 이유로든 4·3 희생자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주4·3 희생자 재심사가 가능하다는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원 후보가 15일 결국 사과했다. 원 후보는 지난 13일 <한국방송> 제주방송총국과 인터넷언론 5사 합동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적절치 않은 인물이 희생자로 있다는 문제가 거론되면 재심사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재심사가 가능하다”고 답변해 비판을 받았다.
원 후보는 지난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예비후보와 당내 경쟁자들까지 나서 위령제 불참과 4·3중앙위원회 폐지 법안 서명 등을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자, 4·3과 관련한 집안의 비극적인 내력을 자세하게 밝히며 4·3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원 후보가 밝힌 집안의 이력을 보면 백부 일가족을 포함한 친·인척 8명이 4·3 당시 희생됐고, 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심사를 통해 희생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정작 원 후보 자신은 국회의원 시절 12년 동안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고, 4·3중앙위원회 폐지 법안 서명 등의 이력 때문에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파상공세에 몰려 수세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원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4·3 희생자 재심사가 가능하다”며 극우보수단체의 주장과 비슷한 발언을 하자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파문이 일었다.
새정치연합은 원 후보의 ‘재심사 가능’ 발언을 놓고 14일 3차례나 비판 성명을 냈다. 급기야 제주4·3연구소와 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4·3 관련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4·3 문제를 다시 이념적 정쟁으로 몰아가자는 것이냐”며 원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외부에서 4·3 흔들기를 하면 유족과 제주도민의 방패가 돼 줘야 할 도지사 후보가 한 발언은 그동안 4·3 진상 규명의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리”라며 원 후보에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결국 원 후보는 14일 해명 논평에 이어 이날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원 후보는 “저 역시 4·3 희생자 유족으로 유족들의 아픔과 한을 가슴 깊숙이 품은 채 살고 있다. 앞으로도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이 대한민국과 제주 사회에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