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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대통령도 책임”…지지 철회로 이어지진 않아

등록 2014-05-18 20:03수정 2014-05-18 23:43

부산지역 배심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부산외대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의실에서 부산지역 민심과 정책 의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오세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인턴연구원
부산지역 배심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부산외대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의실에서 부산지역 민심과 정책 의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산/오세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인턴연구원
배심원단이 뽑은 내 지역 민심과 의제-① 부산광역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6·4 지방선거 진단

배심원 11명중 4명만 부정적 평가
7명은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응답
여 지지층 ‘분노 따로, 정치 따로’

고리원전 1호기 최대 안전 이슈
“진단 통해 문제 발견땐 즉각 폐쇄”
일자리 창출 요구도 절실
지방선거 민심과 정책 의제를 살피기 위해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찾아간 두번째 지역은 부산이다. 이 지역 배심원 11명을 통해 나타난 민심은 ‘지방선거’보다 ‘세월호’에 더 꽂혀 있었다. 다수의 부산 배심원은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부산시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에서는 변화에 대한 열망보다는 인물의 명망에 기댄 것으로 분석됐고, 정책 의제와 관련해서는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문제가 가장 관심 있는 이슈로 떠올랐다. 부산지역 배심원단의 좌담회는 지난 15일 동구 부산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의실에서 이뤄졌으며, 진행은 연구소의 한귀영 연구위원이 맡았다.


배심원단 ‘말말말’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 세월호 참사에도 박 대통령 이미지엔 영향 없어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부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자영업을 하는 김도훈씨는 “대통령이라면 ‘내가 책임진다. 일단 구해라. 비용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라고 했어야 했다. 내 생각으로는 테러와 같다. 국가가 아무런 힘이 없어서 국민을 도와주지 못한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내며 살고 싶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강다혜씨는 “수습이 늦어진 것은 100%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심원 11명 가운데 다수가 세월호 참사 수습과 처리에 박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8명)고 응답했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그럼에도 세월호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 수습 및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모습에 대한 평가 및 지지 여부를 묻자 4명만이 잘못했다고 답했고, 7명은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교하는 글이 많지만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여러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 식으로 비교돼 위상이 떨어진 것은 온라인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다.”(고아영·연구원) “혼자서만 책임을 질 수 있나.”(김종현·영업직) “대통령께서는 할 일이 많다. 시골 할아버지가 얼음길에 미끄러졌다. 이건 대통령이 모른다. 사고가 터지면 일사불란하게 매뉴얼이 작동해야 하는데 작동 안 했다. 대통령은 당선된 지 얼마 안 된다. 책임을 묻기 어렵다.”(이병희·회사원) 이처럼 대통령을 옹호한 7명의 배심원은 모두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준 이들이었다. 세월호가 이들의 정치적 지지까지 바꾸게 한 것은 아닌 것이다. 반면 배심원단 중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응답자는 2명에 그쳤다. 이들은 모두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준 이들이다.

부산 지역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가 청년층이나 야권 지지층 중심으로만 나타날 뿐 정부·여당 지지층에게는 “분노 따로, 정치 따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상고(현 개성고)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탄핵을 당했을 때 얼마 뒤 치러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출렁였던 것과 달리, 부산의 지역구 18곳 가운데 17곳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세월호 여파로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의 정치 지형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지방선거 관심, 세월호 참사에 밀려 세월호 참사 여파의 충격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한참 밀려났다. 배심원단은 오거돈(무소속) 후보와 김영춘(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범시민 후보 단일화’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배심원 11명 가운데 5명은 관심이 없다고 명확한 의견을 피력했고, 관심이 있다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평가를 질문했을 때도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정치엔 관심이 없는데,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들어왔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많이 치우쳐 있다. 뽑을 사람이 없으면 새누리당 뽑는다”(백성아)며 새누리당 지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김도훈) “새누리당이 오래 집권을 했기 때문에 한번쯤은 다른 당으로 교체가 돼야 한다”(정희경)는 의견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는 의견은 2명에 그쳤다. 배심원단 중 과반 가까이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신당을 창당했을 땐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어진 민주당과의 합당에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전병훈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우리 사회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관심을 끊었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평가에서는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는 “젊은 느낌과 패기가 좋다”(이병희)는 답변이 나오는 등 상대 후보에 비해 젊고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친박 후보로서) 그가 부산시장이 된다면 정부의 부산시 재정 지원이나 예산 편성에 유리할 것”(전병훈)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오거돈 후보에 대해선 “아무래도 오 후보가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니 다른 후보보다 부산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아영) “부산의 도시 특성에 맞게끔 해양 쪽 전문가이지 않을까 한다”(백성아)는 등 경험과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 부산시 정무·행정부시장,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경력이 해양도시 부산의 행정을 펼치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특징으로는 오 후보에 대한 지지가 변화에 대한 기대에 입각해 있다기보다는 화려한 경력 등 후보 개인의 명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산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데다 고장이 잦은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폐쇄 문제가 6·4 지방선거의 가장 큰 안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 기장면 고리원전 1호기 모습. 부산/뉴스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산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데다 고장이 잦은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폐쇄 문제가 6·4 지방선거의 가장 큰 안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 기장면 고리원전 1호기 모습. 부산/뉴스1

■ 고리원전 1호기 안전 문제가 최우선 의제 부산 지역 배심원단은 차기 부산시장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정책으로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문제 해결을 통한 안전한 도시’를 꼽았다. 11명 중 5명이 수명 연장을 통해 올해로 36년째 가동되고 있는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안전에 대한 높은 관심이 정책 의제에도 즉각 반영된 것이다. 공무원인 전병훈씨는 “내가 사는 기장군에 원전이 있다. 일본 쓰나미도 왔고. 어제도 제주에 3.5 강도의 지진이 있었다. 재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보험설계사인 신용주씨는 “솔직히 이전까진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원전의 안전성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결 방안과 관련해 30대 자영업자인 김도훈씨는 “고리원전 1호기가 러시아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고리원전의 안전진단을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각 폐쇄해야 하고, 신고리 5·6호기 등 원전 추가 건설에도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배심원단이 생각하는 두번째 핵심 의제는 ‘청년과 중장년의 일자리 창출’이었다. 특히 20대와 30대 청년들의 요구는 절절했고 구체적이었다. 강다혜씨는 “취직을 못 한 후배들이 많다. 기업과 대학을 연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확보해 달라”고 말했다. 고아영씨는 “우리 지역의 괜찮은 회사에 외부 지역 사람들의 유입이 많다. 타 지역의 좋은 대학 출신들이 차지해 아쉽다”는 속내도 드러났다. 일자리 문제는 40대라고 해서 다를 바 없었다. 김종현씨는 “청년도 문제이지만 나 같은 중장년층에게도 사회적 문제다. 중장년층의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일자리 문제는 인구 유출, 특히 청년층의 인구 유출을 일으켜 도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 1분기 부산에선 3475명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시·도 중 서울에 이어 두번째였다. “부족한 일자리가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는 지역이 다름 아닌 부산인 것이다. 배심원단은 이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행정부패 일소, 서부산권 등 낙후지역 개발, 방과후 수업 지원 등을 주요 정책 의제로 꼽았다.

부산/김영동 기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hgy4215@hani.co.kr



서병수 기대감 크지 않고 오거돈 참신함서 밀려

전문가 관전기

김태만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김태만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세월호 침몰이 이번 지방선거를 크게 요동치게 하고 있다. 적어도 서울, 경기, 충청권에서는 그렇다. 세월호의 침몰에서 대한민국의 침몰을 예감한 국민들이 분루를 삭이며 다짐했던 “가만있지 않겠다”는 각오가 현실화하는 듯하다. 그러나, 참 요상하다. 좌담회 참석자 다수는 세월호 사건을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단다. 그런 점에서 부산은 확실히 “남”이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듯, 부산에는 신성장동력이 없다. 인구 감소, 최고의 저출산·고령 사회, 기업의 역외 이전으로 인한 일자리 격감, 청년실업의 만성화, 막장에 다다른 난개발, 초고도 위험군의 원전, 값비싼 교통체계, 난공불락의 불통행정 등이 부산의 ‘오늘’이다. 이러한 ‘적폐’가 바로 일당 장기 집권의 결과임에도 다수의 시민은 개혁보다 현행 유지란다. 선거야말로 ‘적폐’ 척결의 결정타인데도 말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과연 언제 출현할지? 지난 20여년 동안 내리 부산시장을 여당에 내주고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힘있는 여당’을 주장하는 선거 전략에 속는 시민들의 투표 행태는 불가사의이다. 더 나락으로 추락해봐야 알게 될는지?

오거돈 후보와 김영춘 후보가 ‘부산시민연합정부’를 약속하며 극적으로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룬 뒤 부산시장 선거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거돈 후보 지지도가 서병수 후보보다 높게 나타나 이번에는 진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도 김정길 후보(민주당)가 44.6%나 득표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실제 배심원 좌담회에서 나타난 분위기로 미루어 보건대 새누리당의 ‘친박’ 서병수 후보는 기대만큼 폭발하지 않고 있다. 오거돈은 참신함과 혁신성에서 밀리고 ‘보수적 인물’이라는 우려도 적잖지만 화려한 경력으로 강력한 인물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0년 부산시장 선거와 이번 선거는 다르다. 2010년에는 당시 허남식 후보(한나라당)가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다. 김정길 후보의 44.6%는 허남식 후보에 비판적인 표들이 집결한 반사이익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서 후보가 총력전으로 나올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좌담회를 통해 본 민심은 거듭된 ‘패배’ 속에 변화를 열망했던 젊은층이 지치고 짓눌려 있는 듯했다. 40대 이상의 보수적 목소리도 여전했다.

이번 선거는 부산 시민에게 매우 중요하다. 활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갈지, 과거로 회귀할지를 가늠하는 선거다. 무리한 토건행정 속에 얼룩진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예측 가능한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똑똑한 투표’가 절실하다. 권력을 갖고도 시민들에게 봉사하지 않은 세력에게 또다시 권력을 주는 우를 범할 것인가? 진정 변혁을 희망하는 부산 시민이라면 ‘관행적 투표의 추억’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김태만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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