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승무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해경 구조선으로 탈출하는 모습. 서울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세월호 층별 생존율 살펴보니
‘선박직 승무원 100%, 일반인 69%, 서비스직 승무원 36%, 단원고 학생 23%, 단원고 교사 21%.’
세월호 승선자들의 생존율이다. 세월호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이 구조돼 전체 생존율은 36%이다. 세월호 승선자들의 선실 배치와 층별 구조율을 살펴보면, 침몰 당시 상황과 탈출 정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달 15일 오후 9시 인천항을 떠난 세월호. 5층에는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 8명과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감 1명, 여교사 7명 등 모두 16명이 있었다. 바로 아래 4층 객실에는 학생 325명과 남자 교사 6명 등 331명이 타고 있었다. 3층에는 일반 승객 108명과 기관실 근무 선박직 승무원 7명 등 115명이 탑승했다.
이튿날 오전 8시48분께부터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고 객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들의 움직임은 층과 객실마다 달랐다.
5층에 있던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 8명은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도망치기 바빴다. 이들은 전원 구조돼 생존율 100%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층에 있던 교사 8명 가운데 상당수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달려가 생존율은 38%에 그쳤다. 탈출하기에 가장 좋았던 5층에 있었지만, 최혜정(24) 교사 등 5명이 희생됐다. 구조된 학생들도 “여자 선생님들이 4층에서 아이들의 탈출을 돕다 희생됐다”고 전했다.
‘어른의 말을 믿었던’ 학생들이 머물렀던 4층 객실은 5·4·3층 가운데 생존율이 가장 낮았다. 구조된 권아무개(17)군은 “객실 복도에 70~80명의 친구들이 기울어진 선체에 등을 기댄 채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대로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들은 당황한 우리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한아무개(17)군도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선생님과 아이들이 서로 구명조끼를 던져주며 탈출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4층에는 학생 325명과 남교사 6명 등 모두 331명이 있었지만, 75명만 구조돼 생존율이 23%였다. 1912년 4월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 3등석의 생존율(25%)보다 낮다.
3층은 115명 가운데 81명이 구조돼 생존율이 64%였다. 3층에는 일반인 108명과 선박직 7명 등 어른들만 있었다. 탈출하기에 가장 불리한 맨 아래층이었지만, ‘가만 있으라’는 방송을 믿지 않고 신속하게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선박직 7명은 승객과 서비스직 승무원들을 모두 버리고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탈출해 100% 생존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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