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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주항에 세월호 추모비 세워야”

등록 2014-05-20 01:10

“수학여행 버스 운행 특별자격증 줘야
선박 하역기준 미달땐 입항 금지를”
지난달 16일 참사를 빚은 세월호가 향하던 곳은 제주도였다. 세월호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 325명이 타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짙푸른 녹음, 한라산을 보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추억을 만들려던 학생들은 그러나 제주 땅을 보지 못한 채 스러졌다.

세월호 참사 1개월여를 맞아 제주에 있는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이 제주대 해양과학대학과 공동으로 17일 오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제주도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며’라는 주제로 ‘제주 사회 집담회’를 열었다. 연구원 원장인 해양인문학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제주항 산지등대에서 보면 세월호가 도착하고 수학여행에 들뜬 학생들이 환호하는 착시가 느껴진다. 이 비극을 이해하고 작게는 제주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집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무능한 정부와 언론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교훈을 제주지역에서 어떻게 승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이현동 한마음병원 의사는 “세월호 참사는 온갖 편법과 부정이 곪아터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기면 용서받았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기면 도덕적 우위가 선택됐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야 모두 침몰한 것이다. 정당보다 국민이 이겨야 한다. 4·3공원이나 현충원을 추모하듯이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춘 제주대 교수는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 경쟁의 시대를 끝내고 공존의 시대와 공감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교육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1970년 발생한 남영호 침몰사건(326명 사망) 위령탑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애초 1971년 서귀포항에 세워졌으나,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으로 항만 확장공사가 이뤄지면서 한라산 기슭으로 옮겨졌다. 시민들이 위령탑을 보면서 언제나 경계심을 간직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인 점을 고려해 안전검사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주 교수도 “이번 사건도 시일이 지나면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 주변에 ‘세월호를 기다리며’라는 비석이라도 세워야 한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후세에 거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차원의 안전대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광식 제주대 의대 교수는 “제주에서는 수학여행 버스를 운행하려면 (안전교육을 이수하는 등) 특별한 정도의 자격증을 줘야 한다. 여객선의 하역조건도 기준을 정해 기준에 미달하면 제주항에 들어올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도의회 차원에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청하던 40대 주부 ㄱ씨는 “아이들 부모로서 많이 울었다. 지식인들이 불꽃을 일으키고 우리 40대가 불씨가 된다면 (사회를) 고칠 수 있다”고 했고, ㄴ씨는 시민들의 ‘작은 책임 다하기’ 운동을 제안했다. ㄷ씨는 “어떤 사람은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느냐’고 한다. 너무 빨리 잊고 있다. 조금 있으면 월드컵 열기에 묻힐 것 아닌가. 잊지 않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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