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 추모식이 열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부인 권양숙(앞줄 왼쪽 셋째)씨와 이해찬(앞줄 오른쪽 셋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제단에 꽃을 바치려고 걸어가고 있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천여명 참여…조용히 치러
문재인 “사람 사는 세상 길 안보여”
문재인 “사람 사는 세상 길 안보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전국민적인 세월호 참사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해마다 열리던 다양한 문화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열던 추모문화제도 열리지 않았다.
추도식에는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노건호씨 등 유족,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선 원유철·류지영 의원, 정부에선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그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유세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유정아 노무현시민학교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은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됐다. 가수 조관우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 노래 ‘그가 그립다’를 배경음악으로 한 추모영상과 가수 이승환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 노래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자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동지를 위하여’와 ‘상록수’를 불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추모사에서 “2014년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슬프고 우울합니다.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절망을 이겨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생전에 말씀하시던 ‘사람 사는 세상’, 그곳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라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역시 추도사를 낭독한 노무현재단의 ‘노무현 장학생’ 오재호(20·한양대 1년)씨는 “진심을 갖고 행동과 참여로 대한민국을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으로 만드는 멀리 보는 시민, 깨어 있는 시민, 책임을 다하는 시민이 될게요. 넓은 우리에게 따뜻하고,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 될게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꿋꿋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게요”라고 다짐했다. 건호씨는 유족을 대표해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남겼다.
노무현재단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지난 22일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전통문에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추모의 뜻을 전한다.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은 민족사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며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해/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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