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장천면에서 승용차로 군위군 소보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달리면 ‘무인주막’이라고 적힌 식당이 눈에 뜨인다.
이정표도 없는 시골 길 한켠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탁자 두개에 평상 하나, 그리고 방 세개가 갖춰져 있다. 식당안에는 상추 등 채소류와 음료수, 동동주 , 안주 거리로 돼지고기 등이 준비돼있다. 겉으로 보면 여느 식당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 식당은 무인주막이란 이름에 걸맞게 주인이 지키지 않는다.
미리 준비해둔 술과 안주 등을 손님들이 차려 먹는다. 식당 한켠에 마련해둔 쌀포대에서 쌀을 꺼내 옛날 솥으로 밥도 직접 해 먹어야 한다. 식당문을 나갈때는 장독에 돈을 넣으면 된다.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다. 식당 곳곳에는 옛날 우리농촌에서 사용하던 생활 농기구와 연자방아, 옛날 돈 등 수백가지에 이르는 민속품이 내걸려 있다. 마치 민속박물관을 찾아온 느낌이다.
이 식당은 이마을 토박이인 박계수(57·구미시 산동면 백현리)씨가 운영한다. 그는 들판에서 농사를 짓거나 식당 주변에서 일을 한다. 손님들이 부르면 식당으로 달려갈 뿐 늘 식당을 지키지는 않는다.
박씨는 2001년 4월부터 1년여 동안 무인식당의 문을 열었다가 2년동안 쉰 뒤 2004년 5월쯤 다시 식당 문을 열었다.
그는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찾아 올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고속도로 무인 카메라를 보고 무인주막을 열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식당 문을 연지 1년 4개월이 지난 요즘, 주인이 없는 식당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구미뿐만 아니라 서울 등 전국에서 승용차를 타고 손님들이 찾아온다. 주말에는 하루 500∼1천여명, 평일에는 100여명 이상이 찾는다. 식당에는 별도의 문은 없지만 보통 아침 10시쯤부터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밤 9시가 넘으면 영업을 끝낸다.
손님 3명이 찾아와 돼지 고기와 상추, 동동주 등을 마음껏 먹고 1인당 5천원∼1만원씩을 내고 간다. 박씨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음식을 먹은 만큼 돈을 내고 가지만 10명 중 1∼2명은 돈을 한푼도 안내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선을 쌓으면 운명을 바꿀수 있다”며 ‘선’과 ‘양심’을 유달리 강조했다. “부리는 직원이 없어 속 썩을일도 없고, ‘사오정’이란 말처럼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날 걱정도 없다”는 박씨는 “조물주로부터 큰 복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구미/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그는 “사람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선을 쌓으면 운명을 바꿀수 있다”며 ‘선’과 ‘양심’을 유달리 강조했다. “부리는 직원이 없어 속 썩을일도 없고, ‘사오정’이란 말처럼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날 걱정도 없다”는 박씨는 “조물주로부터 큰 복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구미/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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