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농성장 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 농성장에 한 주민이 쇠사슬을 몸에 두른 채 앉아 있다. 밀양시 등이 11일 아침 6시부터 농성장 철거를 하겠다고 밝히자, 주민들은 “철거를 강행하면 목숨을 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밀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경찰 2000여명 배치…충돌 우려
경찰과 밀양시 등이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경남 밀양 주민들의 농성장을 11일 철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상황을 우려해 밀양에 인권지킴이를 파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경남 밀양시의 765㎸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설치된 주민 농성장 4곳과 움막 4곳에 조사관 등으로 이뤄진 인권지킴이 15명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인권지킴이는 11일 아침 6시부터 농성장을 철거하는 밀양시와 경찰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감시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이에 앞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긴급구제는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이를 방치하면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위원회 결정으로 하는 조처이다. 하지만 밀양에는 아직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인권침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인권지킴이를 파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이날 20개 중대 2000여명을 농성장 진입로에 배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밀양시는 11일 아침 경찰 지원을 받아 농성장 철거를 시도할 계획이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내어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이다. 그런데 왜 몇달씩 움막에서 먹고 자며, 수천명의 경찰과 공무원들에게 끌려나갈 시간을 받아놓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가?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슨 죄를 지었는지 묻고 싶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에게도 제발 사람 대접을 해달라”고 밝혔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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