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강초등학교 학부모들이 10일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 앞에서 “학교 앞에 호텔이 영업하는 것을 허가하지 말라”며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해강초 학부모회 제공
현대산업개발, 요트장 재개발하며
학교 앞 70m에 호텔 건립안 제출
설문조사서 학부모 98% 건립 반대
“학생들 호텔 보면서 수업받을 판”
학교 앞 70m에 호텔 건립안 제출
설문조사서 학부모 98% 건립 반대
“학생들 호텔 보면서 수업받을 판”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학부모들이 나섰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강초등학교 학부모들은 10일 부산시교육청 해운대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학교 맞은편에 호텔이 들어서면 어린 학생들이 호텔을 바라보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해운대교육지원청은 호텔 영업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설문조사 결과, 전체 학생 998명의 학부모 가운데 900명(98%)이 호텔 건립을 반대했다. 호텔이 들어서면 유흥시설이 추가로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호텔 출입구를 통과해서 등·하교를 하는 학생 100여명은 교통사고 위험에도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은 풍문여고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4층 호텔이 들어서려 하자 영업을 불허했다. 해운대교육지원청도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처럼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의 호텔은 15층 325실 규모로, 해강초등학교에서 70여m 떨어진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부산시에 2008년 3월 “1623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요트경기장을 재개발하겠다”고 제안하고, 다음해 민간투자사업자 공모에 단독 응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컨소시엄은 2011년 11월 요트 정박 능력을 줄이고, 호텔 등 상업시설을 늘리는 수정안을 냈다. 수정안은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부산시 민간투자심의위원회,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를 모두 통과했다.
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막는 장치는 학교보건법이다.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으로 호텔 등 청소년 위해 시설이 들어설 수 없지만, 51~200m는 상대정화구역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업을 허가할 수 있다. 이 호텔이 들어서려는 곳은 상대정화구역이다.
하지만 정부는 학교 정화구역이라도 룸살롱 등 유해시설이 없다면 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12년 10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호텔 영업을 불허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호텔 영업을 할 수 있다.
장수정 해강초 학부모회 대표는 “정부와 부산시가 우리 사회의 희망인 아이들을 배제하고, 개발만 앞세워 학교 앞에 호텔을 허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서병수 차기 부산시장이 상업개발을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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