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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사업초기 주민과 대안협의 ‘소통’ 외면해 사태 키워

등록 2014-06-11 20:16수정 2014-06-11 21:38

경찰이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꾸려진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농성장을 절단기로 뜯어내고 있다. 절단기 아래에서 수녀와 주민들이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경찰이 1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꾸려진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농성장을 절단기로 뜯어내고 있다. 절단기 아래에서 수녀와 주민들이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밀양/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밀양 농성장 강제철거] 사태 전말과 향후 전망
송전선 노선 변경 등 요구 거부
현실적 보상만 강조 공사 강행
합의 안한 주민 “투쟁시즌2 시작”
찬반 갈라진 지역민심 봉합 숙제
한전 “신고리~북경남 90km올 완공”
2000년 시작된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남 밀양 주민 2명의 자살을 불러오고, 11일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정부와 한국전력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아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는데, 정부와 한전은 국책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상만을 내세웠다. 지난해 9월11일엔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해 공사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전례가 없는 가구당 개별보상 방안이 발표됐다. 주민들은 사실상 정부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10월1일 송전탑 공사가 재개됐다.

이 사업은 현재 건설 중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생산할 전기를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로 보내기 위한 것이다.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밀양시·창녕군 등 5개 시·군에 161개의 송전탑을 세우고 90.5㎞ 길이의 송전선로를 설치한다. 밀양에는 가장 긴 구간(39.2㎞)에 가장 많은 송전탑(69개)이 들어선다.

사업 초기부터 밀양 주민들은 초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송전선 노선을 바꾸거나, 전압을 낮춰 지하에 설치할 것을 요구해왔다. 송전탑이 들어서거나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땅은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입게 될 재산피해도 문제였다.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의 계획을 바꾸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 스스로 대안을 찾는 노력도 했다.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노선도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노선도
하지만 한전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나 현실성이 없다며 주민 요구를 거부하고, 줄곧 ‘현실적 보상’만을 강조하며 ‘전원개발촉진법’을 내세워 공사를 강행했다. 이 법은 전원개발 사업자가 정부의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도로법, 하천법 등 20개 법률에 따른 각종 허가, 승인, 처분 등을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이 과정에서 2012년 1월16일과 지난해 12월2일 마을 주민 2명이 목숨을 끊는 등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다. 송전탑 반대 주민을 지원하는 ‘희망버스’도 전국에서 잇따라 밀양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애초 2012년 완공 예정이던 사업은 올 연말로 완공 시기가 늦춰졌다. 사업 초기에 주민들과 협의해 대안을 찾았더라면 이미 완공했을 수 있는 사업을 지금까지 끌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보상 관련 법률과 한전 내규까지 바꿔, 마을 공동보상만 하던 전례를 깨고 피해가구에 개별보상까지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각종 국책사업의 피해보상 과정에서 선례로 남아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농성장이 모두 철거됨에 따라 한전은 송전탑 공사에 착수했다. 한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주민들의 농성으로 미뤄왔던 5개 송전탑 공사에 착수해, 올 연말 전체 구간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가 내년 초 완공되는데, 여기서 생산할 전기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건설 사업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밀양지역 보상 대상은 5개면 30개 마을 2206가구인데, 1906가구가 개별보상에 합의했다. 공사에 동의한 주민 대표와 한전·밀양시 등으로 이뤄진 특별지원협의회는 개별보상에 반대하는 가구의 보상금을 마을 공동보상금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마을 공동체는 보상금 문제로 깨졌고, 갈라진 지역 민심은 봉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12월 음독 자살한 주민 유한숙(당시 71살)씨의 장례식도 아직 치르지 못했다. 유족은 정부와 밀양시 등에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전과 밀양시·경찰은 강제 철거를 통해 반대 주민들의 투쟁이 끝날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분노와 오기를 자극했을 뿐이다. 사실상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시즌2’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송전탑과 관련한 주민들의 갈등 치유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밀양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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