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태풍 ‘나비’ 로 인해 떨어진 배들을 주워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땅에 떨어진 배 보며 꺼질듯 한숨만…
“1년 내내 애지중지 키운 배가 한 순간에 망가지니 한숨만 나옵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에서 18년째 배를 재배하고 있는 차아무개(48)씨는 13일 과수밭 5000여평 곳곳에 떨어진 배를 트랙터로 갈아 묻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불과 20여일만 지나면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지난 6일 불어닥친 태풍 ‘나비’의 영향으로 600그루에 매달린 배 가운데 70% 가량이 땅에 떨어져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차씨는 “올해 작황이 좋아 4000만원의 소득을 기대했으나 하룻만에 물거품이 됐다”며 “농작물 재해보험법에 가입해 일부 피해액을 보상받겠지만 농약 구입비 등 1000만원이 넘는 재료비와 그동안 쌓인 빚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13일 현재 태풍 ‘나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 배 재배농가는 전체 2109가구의 38.3%인 809가구이고, 피해 면적은 전체 재배면적 1480㏊의 38%인 563㏊에이른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배 재배농가들은 떨어진 배 가운데 상태가 좋은 배들을 선별해 시장에 내다팔 예정이지만, 신고배 등 상당수 배들은 덜 자란 상태에서 떨어져 밭에 그냥 묻어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미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던 배가 부족해 수출물량 선적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일부 재배농가는 태풍 등 재해로 피해를 입었을 때 3년 동안 평균 시세의 80%를 보상받는 농작물 재배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몇천만원씩의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울주군 관계자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배 재배농가는 별다른 구제방법이없다”며 “농작물 재해보험에 미리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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