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본개장을 앞둔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들이 돌고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거제씨월드 제공
[지역 쏙] 국내 최대 ‘돌고래 체험장’ 거제씨월드 개장 논란
돌고래를 대형 수족관에서 사육하며 사람들과 접촉시키는 ‘돌고래 체험장’은 동물 친화적인 시설일까, 아니면 야생동물 학대 시설일까? 국내 최대 돌고래 체험장인 경남 거제씨월드의 7월 본개장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돌고래 시설을 살펴본다.
돌고래를 대형 수족관에서 사육하며 사람들과 접촉시키는 ‘돌고래 체험장’은 동물 친화적인 시설일까, 아니면 야생동물 학대 시설일까? 국내 최대 돌고래 체험장인 경남 거제씨월드의 7월 본개장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돌고래 시설을 살펴본다.
“생각해보면 불쌍하죠. 넓은 바다에 살다 잡혀 와서 힘든 훈련을 받았을 것이고, 좁은 수족관에서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먹이를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재미있잖아요. 또 어떤 동물보다 예쁘고 사랑스럽고요.”
지난 12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오키나와 해양박람회공원’의 돌고래극장에서 돌고래쇼를 관람한 한국인 관광객 조수미(52·여)씨는 “소감을 좋다 나쁘다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2년 문을 연 돌고래극장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아쿠아리움인 쓰라우미수족관과 더불어 오키나와 해양박람회공원의 대표 시설이다. 6마리의 돌고래가 한 팀을 이뤄 20분씩 하루 5차례 공연한다. 극장에 붙어 있는 돌고래체험장에서는 조련사의 통제 아래 관람객들이 돌고래를 만지거나 돌고래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수족관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만, 돌고래 먹이 주기를 할 때 내는 500엔을 제외하면 극장과 체험장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돌고래극장을 찾은 12일 원형극장 형태의 객석 1050석은 공연 시작 10분 전에 완전히 찼고,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주위에 둘러서서 관람을 했다. 돌고래가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는 등 묘기를 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으로 뒤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돌고래체험장에서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쪽 10여명은 조련사가 나눠준 노란색 윗옷을 입고 수족관 물에 발을 담근 상태로 돌고래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에게 노란색 옷을 입히는 것은 노란색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돌고래를 훈련시켰기 때문”이라고 조련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돌고래시설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시설을 ‘이율배반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전세계 돌고래시설의 상당수는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돌고래를 공급받는다. 다이지 마을은 해마다 수백마리의 돌고래를 좁은 만으로 몰아넣은 뒤 작살 등을 이용해 사실상 ‘학살’이라고 할 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돌고래를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운 좋게 살아남은 몇마리가 비싼 값에 전세계 돌고래시설로 팔려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돌고래의 미소가 아닌 눈물을 봐야 한다며 오키나와 해양박람회공원의 돌고래시설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돌고래시설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일본에 앞서 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일었고, 이 국가들은 돌고래시설을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추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나라 가운데 21개 나라가 120여개의 수족관·공연장 등 돌고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28개 나라 가운데 절반인 14개 나라가 돌고래 포획·전시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수족관에 가두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돌고래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도 더는 돌고래수족관 설치를 못 하게 막거나 설치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규제를 강화하자, 반감이 덜한 아시아로 돌고래시설이 몰려오고 있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서울 2곳, 제주 3곳, 전남 여수 1곳, 울산 1곳 등 7곳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부산 등에서는 새로운 돌고래시설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일본서 잔혹하게 포획된
돌고래 등 20마리 들여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다음달 개장
돌고래쇼는 안하고 체험위주 꾸려 “인간·동물 교감 통한 정서순화”
“돈벌이 위해 수족관 가둬”
지역민-동물보호단체 맞서 우리나라도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둬 사람들의 볼거리로 만드는 것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산업법은 고래 포획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다른 물고기에 섞여 그물에 걸린 고래도 반드시 풀어주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해양경찰청은 2011년 7월 다른 물고기와 함께 그물에 걸린 큰돌고래를 마리당 700만~1000만원을 받고 돌고래시설에 팔아넘긴 일당 12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한 돌고래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공연을 하다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로 몰수형이 확정돼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큰돌고래 역시 불법 포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돌고래를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것은 허용된다. 이때는 마리당 3억~5억원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돌고래시설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중 본개장을 앞둔 국내 8번째 돌고래시설인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의 거제씨월드 때문이다. 거제씨월드는 8007㎡ 터에 연면적 7342㎡의 3층 건물로, 12개 수족관에 흰돌고래 4마리, 큰돌고래 16마리 등 돌고래 20마리를 갖춘 국내 최대 돌고래체험장이다. 지난 4월11일 임시개장을 했는데,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날짜는 확정하지 않은 채 다음달로 본개장을 미뤄둔 상태다. 이곳 돌고래 가운데 일부는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잡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2만2000원인데,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돈을 내야 한다. 거제씨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거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자본을 유치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르 자본가가 150억원을 투자했고 거제시는 시유지를 무료로 제공했다. 거제씨월드는 30년간 영업을 한 뒤 시설을 거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거제시와 협약을 맺었다. 거제씨월드는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현 거제씨월드 홍보팀장은 “돌고래와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순화하고 치유하는 것이 거제씨월드 설립 목적이다. 동시에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인 20여명을 거제 지역민으로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역 관광 활성화 등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만약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처럼 이곳이 야생동물을 학대하는 유해시설이라면 지금쯤 우려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야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 일대 12개 마을과 3개 어촌계 소속 주민들로 이뤄진 지세포항발전연합회도 거제씨월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단체는 거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돌고래 체험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돌고래 체험시설 반대운동을 펼치는 동물보호단체들에 맞서고 있다. 배재용 지세포항발전연합회장은 “돌고래 여러 마리가 바다 환경과 같은 수족관에서 어울려 살면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보호받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돌고래 체험시설은 말 그대로 사람과 돌고래가 어울릴 수 있는 동물친화적 시설이다. 만약 동물을 가둬 기른다고 해서 무조건 동물 학대라고 한다면, 집에서 개나 고양이도 기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동물자유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며 4월11일 임시개장 때 거제씨월드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원의 동물과 돌고래는 다르다. 동물원의 동물은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로 대부분 충당돼 이미 야생으로 되돌아가서는 살기 어렵다. 그러나 돌고래시설의 돌고래는 대부분 바다에서 야생 생태로 살다 인간에게 붙잡힌 진짜 야생동물이다.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번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 3월7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15살로 추정되는 암컷 돌고래 ‘장꽃분’이 새끼를 낳아 관심을 모았으나, 극진한 보살핌을 받던 새끼가 사흘 만에 죽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돌고래체험장은 돌고래공연장보다 더 나쁜 시설일 수 있다. 돌고래 체험이라는 것은 사람이 돌고래를 만지고, 입 맞추고, 심지어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돌고래에게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사실상 ‘감정노동’까지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항만개발담당은 “거제씨월드는 어촌개발사업 차원에서 건립된 것으로, 거제시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스스로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찾은 사업 방안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동물을 학대한다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공연은 하지 않고 체험만 하도록 했다. 찬반 양쪽의 주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거제시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거제/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일본 오키나와현 ‘오키나와 해양박람회공원’의 돌고래 체험장. 돌고래에게 접근하는 관광객은 반드시 노란색 윗옷을 입는다. 최상원 기자
돌고래 등 20마리 들여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다음달 개장
돌고래쇼는 안하고 체험위주 꾸려 “인간·동물 교감 통한 정서순화”
“돈벌이 위해 수족관 가둬”
지역민-동물보호단체 맞서 우리나라도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둬 사람들의 볼거리로 만드는 것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산업법은 고래 포획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다른 물고기에 섞여 그물에 걸린 고래도 반드시 풀어주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해양경찰청은 2011년 7월 다른 물고기와 함께 그물에 걸린 큰돌고래를 마리당 700만~1000만원을 받고 돌고래시설에 팔아넘긴 일당 12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한 돌고래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공연을 하다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로 몰수형이 확정돼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큰돌고래 역시 불법 포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돌고래를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것은 허용된다. 이때는 마리당 3억~5억원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돌고래시설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중 본개장을 앞둔 국내 8번째 돌고래시설인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의 거제씨월드 때문이다. 거제씨월드는 8007㎡ 터에 연면적 7342㎡의 3층 건물로, 12개 수족관에 흰돌고래 4마리, 큰돌고래 16마리 등 돌고래 20마리를 갖춘 국내 최대 돌고래체험장이다. 지난 4월11일 임시개장을 했는데,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면서 날짜는 확정하지 않은 채 다음달로 본개장을 미뤄둔 상태다. 이곳 돌고래 가운데 일부는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잡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2만2000원인데, 돌고래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돈을 내야 한다. 거제씨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거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자본을 유치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르 자본가가 150억원을 투자했고 거제시는 시유지를 무료로 제공했다. 거제씨월드는 30년간 영업을 한 뒤 시설을 거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거제시와 협약을 맺었다. 거제씨월드는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광현 거제씨월드 홍보팀장은 “돌고래와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순화하고 치유하는 것이 거제씨월드 설립 목적이다. 동시에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인 20여명을 거제 지역민으로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역 관광 활성화 등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만약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처럼 이곳이 야생동물을 학대하는 유해시설이라면 지금쯤 우려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야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 일대 12개 마을과 3개 어촌계 소속 주민들로 이뤄진 지세포항발전연합회도 거제씨월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단체는 거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돌고래 체험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돌고래 체험시설 반대운동을 펼치는 동물보호단체들에 맞서고 있다. 배재용 지세포항발전연합회장은 “돌고래 여러 마리가 바다 환경과 같은 수족관에서 어울려 살면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보호받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돌고래 체험시설은 말 그대로 사람과 돌고래가 어울릴 수 있는 동물친화적 시설이다. 만약 동물을 가둬 기른다고 해서 무조건 동물 학대라고 한다면, 집에서 개나 고양이도 기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동물자유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돌고래를 좁은 수족관에 가둬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며 4월11일 임시개장 때 거제씨월드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원의 동물과 돌고래는 다르다. 동물원의 동물은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로 대부분 충당돼 이미 야생으로 되돌아가서는 살기 어렵다. 그러나 돌고래시설의 돌고래는 대부분 바다에서 야생 생태로 살다 인간에게 붙잡힌 진짜 야생동물이다.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번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 3월7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15살로 추정되는 암컷 돌고래 ‘장꽃분’이 새끼를 낳아 관심을 모았으나, 극진한 보살핌을 받던 새끼가 사흘 만에 죽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돌고래체험장은 돌고래공연장보다 더 나쁜 시설일 수 있다. 돌고래 체험이라는 것은 사람이 돌고래를 만지고, 입 맞추고, 심지어는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돌고래에게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사실상 ‘감정노동’까지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항만개발담당은 “거제씨월드는 어촌개발사업 차원에서 건립된 것으로, 거제시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스스로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찾은 사업 방안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동물을 학대한다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공연은 하지 않고 체험만 하도록 했다. 찬반 양쪽의 주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거제시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거제/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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