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당선자 “올부터 당장 폐지”
교육청 “전형 확정…올해는 쳐야”
교육청 “전형 확정…올해는 쳐야”
경남 지역 교육계가 고입 선발고사 시행 여부로 혼란을 겪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당장 올해부터 고입 선발고사를 시행할 예정인데, 박종훈 교육감 당선자가 이 시험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31일 고입 선발고사 부활을 뼈대로 하는 ‘2015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신 성적과 선발고사 성적을 50%씩 반영하도록 정한 기본계획에 맞춰 일선 중·고등학교는 2015학년도 고입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생 가운데 내년에 경남 일반고등학교나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12월19일 2015학년도 고입 선발고사를 쳐야 한다.
하지만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종훈 교육감 당선자는 당장 올해 시험부터 폐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 당선자 쪽 허인수 대변인은 “관련 법률에 명백히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당장 올해 예정된 고입 선발고사부터 폐지할 방침이다. 현재 법률 검토 중이며, 그 결과를 며칠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변인은 “만약 올해는 시험을 치고 내년부터 폐지한다면, 일선 학교와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예산 낭비도 심각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예정된 시험은 반드시 쳐야 한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이계분 경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고입 전형을 확정해 지난 3월31일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세부계획까지 세워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시험을 치지 않더라도, 적어도 올해는 반드시 시험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장은 “만약 올해 시험을 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법률 자문을 받았으며, 관련 자료를 박 당선자 쪽에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의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경남 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고입 선발고사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올해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이미 발표됐고 이에 맞춰 일선에서는 준비하고 있다. 아무리 교육감 당선자가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공약했다지만, 몇달 남지도 않은 시험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교사는 “고입 선발고사 부활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비민주적이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사실상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입 선발고사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2002년 고입 선발고사가 폐지됐다. 하지만 경남 지역 고등학생의 학력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지자, 경남도교육청은 고등학생 학력 수준 향상을 위해 중학교 교육 정상화를 꾀하겠다며 2012년 1월19일 고입 선발고사 부활을 결정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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