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와 대기업인 씨제이(CJ)가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개발 협악을 5년 만에 해지했다. 부산도시공사가 특혜까지 주며 대기업에 질질 끌려다니다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씨제이와 맺었던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개발 협약을 최근 해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2009년 9월 부산도시공사와 씨제이는 “특수목적법인(SPC)을 공동으로 설립해 동부산관광단지 안 50만㎡에 2500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영상 관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양쪽이 협약 체결 5년 만에 등을 돌린 것은 씨제이의 협약조건 변경 요구 때문이다. 애초 협약에선 테마파크에 1000억원 상당의 상업시설을 유치하기로 했으나, 씨제이가 투자비 조달 어려움을 이유로 8만2000㎡(16.4%)에 아웃렛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부산도시공사는 테마파크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씨제이는 테마파크 예정지를 은행에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부산도시공사는 특수목적법인이 부도 나면 부산도시공사의 땅 전부가 은행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우려해, 은행 대출금을 특수목적법인 출자 비율만큼 서로 책임지자고 맞섰다.
부산도시공사가 애초 투자 의사가 없던 씨제이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도시공사는 협약에서 이례적으로 특수목적법인 50년 무상 사용 조항을 넣었고,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 30억원 가운데 절반을 부담했다. 또 자본금을 3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씨제이가 5년 동안 한 푼도 증액하지 않았는데, 부산도시공사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
협약을 해지할 때 손해배상 등 책임을 서로 묻지 않기로 한 것은 씨제이에 시간만 끌다 사업에서 손을 떼는 빌미를 줬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계약)을 체결하면 협약을 어긴 쪽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지만, 씨제이는 설립 자본금 30억원의 절반인 15억원과 추가 투자비 20억원 등 35억원만 손해를 보는 셈이어서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 쉬웠던 것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온갖 시행착오를 무릅쓰면서도 성사시키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씨제이에 끌려다니다 완공 시기가 최소 1년 더 늦춰지게 됐다. 때늦었지만 10월께 사업자를 다시 선정하겠다. 부산도시공사가 이미 투자한 15억원은 새 사업자한테 승계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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