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서 30분도 안돼 20여점
“매장 확인하는 차원…
이제 정부 나서 진실확인해야”
“매장 확인하는 차원…
이제 정부 나서 진실확인해야”
충북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 충북역사문화연대 등은 23일 충북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서 ‘청주·청원 보도연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유해 발굴을 했다.
오전 11시 희생자 묵념, 아곡리 학살사건 보고, 주민 증언, 개토제 등에 이은 유해 발굴이 시작되자 30분도 채 안 돼 보도연맹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팔·다리뼈, 두개골 등 유골 20여점이 나왔다. 유골이 잇따라 드러나자 발굴을 중단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세운 학살 안내 표지판 옆에 유골을 안치했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정식 발굴이 아니라 유해가 이곳에 매장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의 시굴 형식이었다. 이제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은군 아곡리 주민 신덕호(86)씨는 이날 발굴 현장에서 “당시(1950년 7월10일께) 군인·경찰이 논밭에서 일하던 주민들을 모두 집에 들어가게 지시한 뒤 곧 산골짜기 쪽에서 총소리와 비명이 요란했다. 이들이 뒤에 마을 청년들을 소집해 ‘빨갱이 잡아놨으니 장례 치르라’고 해 주민들이 직접 아곡리 야산 등 3곳에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조인식(75·광주시)씨는 “경찰에 끌려가던 아버지가 남긴 ‘내 걱정 말고 피란 잘 가라’고 한 마지막 말을 잊을 수 없다. 이젠 국가가 나서서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해 유족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충북지역 보도연맹원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는 아곡리 3개 지점에 청주·청원에서 끌려온 보도연맹원 153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만순 대표는 “진실화해위원회가 2008년 보은 아곡리와 청원 낭성면 도장골, 남일면 지경골, 오창초 등 4곳의 유해 발굴을 권고했지만 이후 정부도 자치단체도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직접 유해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인 학살 사건 유족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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