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김창열
도립미술관서 기증작 특별전
김창열미술관 개관 전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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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회화로 국제적 명성을 쌓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창열(85·사진) 화백의 작품이 제주도에서 선보인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현숙)은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보름 동안 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김창열 기증작품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30~500호 대작으로만 이뤄진 김 화백의 유화 작품 10점이 선보인다. 인쇄체로 쓰인 천자문을 배경으로 영롱한 물방울이 화면에 흩어진 ‘회귀’ 9점과 ‘물방울’ 1점 등이다. 이 작품들은 김 화백이 지난해 5월 제주도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협약을 맺은 작품 200점 가운데 먼저 전달된 것이다. 김 화백은 제주도에 16점을 기증했다.
김 화백을 대신해 특별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며느리 김지인(38)씨는 “이번 기증작품 특별전을 통해 김 화백의 작품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지난해 4월 제주도에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건립하면 작품 20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제안서를 냈고, 제주도는 그해 5월 김 화백에게 미술관 건립을 약속했다. 지난 4월에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서 김창열미술관 기공식을 했다. 이 미술관은 1만㎡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600㎡(총사업비 92억원) 규모로 2016년 개관할 예정이다.
미술관에는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포함해 김 화백의 회화와 설치작품 등 1957년부터 최근까지의 시대별 대표작 200여점과 60여년 동안의 활동자료, 서적, 소책자, 화구, 활동사진 등이 전시된다.
평안남도 맹산 출신인 김 화백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196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정착했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에서 처음으로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인 이래 40여년 동안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김 화백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1952~1953년 1년6개월 동안 제주시 칠성로와 애월, 함덕 등지에서 피난생활을 한 인연도 있다. 그는 1996년 프랑스 최고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4년 프랑스 국립 죄드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어 세계적 현대미술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제주도립미술관 쪽은 “미술관 완공 이전에 김 화백의 작품세계를 미리 제주도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특별전을 마련했다. 현대사회의 불협화음을 거부하지 않고 그 자체를 정화시키는 아름다움의 상징, 고귀한 생명으로 탄생된 물방울 작업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제공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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