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24명 총 8억1167만원 지급”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지역에서 일어난 예비검속 학살사건과 관련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김창보 제주지법원장)는 최근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희생된 제주도 예비검속 사건의 피해자 유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원고 29명 가운데 희생자로 인정되는 24명에게 268만원에서 8882만원씩 모두 8억1167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군경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들을 연행해 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정부는 희생자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일부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2년 11월 원고 29명 가운데 27명에게 각각 125만원에서 1억1000만원씩 모두 11억325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한국전쟁 직후 관할지서인 남원지서에 끌려가 서귀포경찰서로 옮겨진 뒤 고구마 창고에 수감됐다가 제주시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옮겨져 총살됐다. 제주도 내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들은 1950년 6월 군경에 의해 예비검속된 뒤 법적 근거 등이 없이 에이(A), 비(B), 시(C), 디(D) 등급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시와 디 등급을 받은 주민들은 같은 해 7~8월 정뜨르비행장,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산지항 연안 등에서 총살되거나 수장됐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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