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뇌염 진단 8년째 병상
“뇌손상 전신마비 됐는데
회사가 근무기록 조작·위증”
근로공단·법원 “과로 없었다” 판정
종교인들 “노동자·가족 아픔 외면”
“뇌손상 전신마비 됐는데
회사가 근무기록 조작·위증”
근로공단·법원 “과로 없었다” 판정
종교인들 “노동자·가족 아픔 외면”
옥천성당 김인국 신부, 청주 삶터교회 김태종 목사, 청주 용화사 진화 스님 등 충북지역 종교인들이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일하다 뇌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된 노동자 김상우(40)씨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신부 등은 2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대신로 매그나칩 반도체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회사가 김씨의 산업재해를 은폐하려고 출퇴근부를 조작하고,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한 의혹이 있다. 회사는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는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김씨는 1997년 이 회사에 입사해 가스 공급 장치 유지·관리 업무를 해오다 2006년 10월 인천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의무 위탁교육을 받던 중 쓰러졌다. 김씨는 바이러스 뇌염 진단을 받았으며, 8년째 전신마비 상태로 병마와 싸우고 있다.
김 신부 등 종교인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뇌염은 과로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생긴 만큼 산재로 인정해야 하지만 회사가 조작된 출퇴근 기록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회사의 한 간부는 김씨가 대부분 사무실에서만 일했다고 말하는 등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06년 11월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에 요양신청(산재신청)을 했지만 한달 뒤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불승인 이유는 “뇌염을 일으킬 만큼 면역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과로 요인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제출한 출퇴근 기록부에는 연장근무 등의 흔적이 없었으며, 회사 간부들도 김씨의 업무가 정상적이었다고 진술했다. 김씨 쪽은 이후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어머니 김옥순씨는 “너무도 성실하게 열심히 일했다. 밤 9~10시까지 일했는데 회사가 연장근무 기록을 조작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씨 쪽은 재판 과정에서 법원을 통해 회사에 김씨의 실제 출퇴근 기록이 담긴 아이디카드(출퇴근 전자인식) 내역 제출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는 “김씨가 전신마비와 언어마비로 직접 증거를 제시할 순 없지만 퇴직 동료 등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가 과로 때문에 병을 얻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는 출퇴근 아이디카드를 제출하는 등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대기업이 힘없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외면할 수 있지만 그리했다가는 천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매그나칩 쪽에 거듭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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