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년대 모습으로 복원된 데지마 모습. 곧게 뻗은 길 양쪽으로 창고와 가정집으로 사용되던 2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섰다. 안내 직원도 1820년대 일본 무사 복장을 하고 있다.
[지역 쏙] 나가사키의 ‘데지마 복원’ 백년대계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던 17~19세기 네덜란드 무역항이었다. 200여년간 일본과 서양의 유일한 대외 창구 구실을 했다. 나가사키시는 150여년 전에 폐쇄한 데지마 지역을 복원하고 있다. 복원사업 기간은 자그마치 100년. 나가사키시는 왜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데지마를 복원하려는 것일까.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펴던 17~19세기 네덜란드 무역항이었다. 200여년간 일본과 서양의 유일한 대외 창구 구실을 했다. 나가사키시는 150여년 전에 폐쇄한 데지마 지역을 복원하고 있다. 복원사업 기간은 자그마치 100년. 나가사키시는 왜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데지마를 복원하려는 것일까.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달 27일 고층빌딩숲과 노면전차 철로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일본 나가사키 시내를 걸어가다 데지마 전차정류장 부근에 이르자 ‘국가지정사적 데지마 네덜란드 상관터’란 안내판이 나타났다. 안내판 옆 고풍스런 문으로 들어서자 방금까지 봤던 높고 화려한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포장도로가 직선으로 쭉 뻗어 있고, 양쪽으로는 2층 목조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몇백년 전으로 거슬러 온 듯했다. 갑자기 나타난 일본 무사 차림의 남자가 방문객을 보고 씩 웃으며 뭔가를 건넸다. ‘되살아나는 데지마’라고 적힌 안내문이었다. 일본 나가사키시는 17~19세기 네덜란드 무역항이었던 데지마를 1951년부터 2050년까지 100년에 걸쳐 복원하고 있다.
데지마는 1636년 나가사키 앞바다에 부채 모양 인공섬으로 건설됐다. 면적은 1만5395㎡로 축구장 2개를 합한 것보다 조금 더 넓었다. 당시 일본을 통치하던 에도 막부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일본에 가장 먼저 진출한 포르투갈인의 기독교 포교를 막기 위해 데지마를 만들어 포르투갈인들을 이곳에 몰아넣었다. 다시 에도 막부는 1639년 포르투갈인들을 모두 추방하고 1641년 네덜란드 무역상들에게 데지마를 내줬다.
데지마는 1859년 일본이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개항할 때까지 218년 동안 일본과 서양의 유일한 소통 창구 구실을 했다.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해 13년 동안 조선에 붙잡혀 있다 탈출해 그 경험을 <하멜 표류기>로 남긴 하멜 역시 데지마를 오가던 네덜란드 선원이었다. 1678년부터 1876년까지 198년 동안 조선의 유일한 외부 창구 구실을 했던 부산 초량왜관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데지마는 일본의 개항으로 ‘유일한 무역항’ 기능을 잃었고, 1904년 주변 바다의 매립으로 섬에서 육지로 바뀌었다. 데지마는 나가사키의 중심지가 됐고, 무역항이었다는 사실은 잊혀졌다.
‘무역항 데지마’는 1951년 되살아났다. 데지마에서 상관을 운영했던 네덜란드에 의해서였다. 네덜란드는 1810년부터 1815년까지 프랑스에 나라를 빼앗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기간 전세계에서 네덜란드 국기가 걸려 있던 곳은 데지마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데지마는 네덜란드에 역사적으로 더욱 중요한 장소가 됐다. 2차 세계대전 결과 일본으로부터 전쟁 배상금을 받게 된 네덜란드는 배상금을 포기하는 대신 데지마를 복원해달라고 일본에 제안했다.
17~19C 네덜란드 무역상 드나들던
동서 잇는 당시 일본 ‘유일 무역항’
‘하멜표류기’ 하멜도 데지마 출입
개항후 쇠락…매립돼 다시 육지로 2차대전 뒤 네덜란드 요청 받아들여
1820년대 모습 복원…3/4가량 완료
당시 풍경 살리려 고증 등에만 45년
2050년까지 섬 형태로 되돌릴 계획 원자폭탄에 맞아 폐허 상태이던 나가사키는 네덜란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1996년 4월 첫삽을 뜨기까지 45년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데지마가 민간 소유의 상업지역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사들이는 시간과 네덜란드 무역항이었던 시기의 모습을 정확히 고증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시는 주민들을 설득해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동시에, 일본과 네덜란드 전역의 옛 자료를 수집해 자료가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1820년대 모습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복원사업은 모두 4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2000년 1단계, 2006년 2단계가 끝났고, 2016년 3단계까지 끝나면 데지마 내부 복원사업은 마무리된다. 이후 2050년까지 진행될 4단계에서는 바깥쪽 땅을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 데지마를 다시 섬 형태로 되돌릴 계획이다. 이미 국고보조금 65억엔(643억원) 등 140억엔(1384억원)이 들어갔고, 2016년 3단계 마무리까지 42억엔(415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4단계에서는 국도와 노면전차 철로까지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400억~500억엔(3955억~4944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데지마 복원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상공인을 중심으로 나가사키 시민들은 데지마와 육지를 연결하던 다리만큼은 시민성금으로 복원하자며 1996년 10월 모금운동을 시작해 2000년 12월 10억1000만엔(99억86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다리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다리 건설 예정지의 건물 주인이 건물 철거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시는 건물 주인을 20년 동안 설득해 2012년 6월에야 철거 계약을 맺었다. 다리는 2016년 완성될 예정이다.
마미쓰카 준지 나가사키시 데지마복원정비실장은 “시간에 쫓겨 규정보다 많은 보상금을 줄 수는 없다. 보상 기준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나가사키시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말했다.
데지마의 네덜란드인 최고책임자였던 상관장의 2층집은 2006년 복원됐다. 하지만 샹들리에와 고풍스런 가구로 화려하게 꾸며진 다른 실내공간과 달리 상관장 부인의 방은 텅 비어 있다. 1820년대 자료를 아무리 뒤져도 상관장 부인 방의 가구나 실내장식에 대한 것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미쓰카 실장은 “복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고증이다. 옛 모습을 상상해서 복원할 수는 없다. 건물의 위치, 크기, 모양, 재질은 물론 가구와 실내장식까지 고증된 것만 복원했다”고 말했다.
나가사키시는 2016년 3단계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연간 40여만명인 데지마 방문객이 연간 60만~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운영수익은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지난해 4223만엔(4억1754만원) 등 이미 2006년부터 해마다 흑자를 내고 있다.
요시카와 도시오(83) 나가사키현 일한친선협회 상임이사는 “1951년 복원사업을 시작할 때는 일본이 매우 힘든 시기였다. 솔직히 나를 포함해 나가사키 시민 대부분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앞으로 육지를 파헤쳐 다시 바다를 만드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데지마가 복원되면 나가사키 시민은 물론 일본 국민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차호 부산초량왜관연구회 회장은 “초량왜관 복원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우리 처지에서 데지마 복원사업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우리 역사를 정확히 알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가사키/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19세기 나가사키항의 모습 나가사키역사문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나가사키항도>. 1820년대 나가사키
항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부채 모양의 섬이 네덜란드 무역항이던 데지마이다.
동서 잇는 당시 일본 ‘유일 무역항’
‘하멜표류기’ 하멜도 데지마 출입
개항후 쇠락…매립돼 다시 육지로 2차대전 뒤 네덜란드 요청 받아들여
1820년대 모습 복원…3/4가량 완료
당시 풍경 살리려 고증 등에만 45년
2050년까지 섬 형태로 되돌릴 계획 원자폭탄에 맞아 폐허 상태이던 나가사키는 네덜란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1996년 4월 첫삽을 뜨기까지 45년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데지마가 민간 소유의 상업지역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사들이는 시간과 네덜란드 무역항이었던 시기의 모습을 정확히 고증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시는 주민들을 설득해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동시에, 일본과 네덜란드 전역의 옛 자료를 수집해 자료가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1820년대 모습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복원사업은 모두 4단계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2000년 1단계, 2006년 2단계가 끝났고, 2016년 3단계까지 끝나면 데지마 내부 복원사업은 마무리된다. 이후 2050년까지 진행될 4단계에서는 바깥쪽 땅을 파내고 물길을 만들어 데지마를 다시 섬 형태로 되돌릴 계획이다. 이미 국고보조금 65억엔(643억원) 등 140억엔(1384억원)이 들어갔고, 2016년 3단계 마무리까지 42억엔(415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4단계에서는 국도와 노면전차 철로까지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400억~500억엔(3955억~4944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데지마 복원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상공인을 중심으로 나가사키 시민들은 데지마와 육지를 연결하던 다리만큼은 시민성금으로 복원하자며 1996년 10월 모금운동을 시작해 2000년 12월 10억1000만엔(99억86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다리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다리 건설 예정지의 건물 주인이 건물 철거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시는 건물 주인을 20년 동안 설득해 2012년 6월에야 철거 계약을 맺었다. 다리는 2016년 완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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