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엔 “종묘 정전 상월대서
건물 보이면 안돼”
이번엔 ‘3개층 보이는데’ 허용
일부 위원 “2010년 일 어떻게 기억”
건물 보이면 안돼”
이번엔 ‘3개층 보이는데’ 허용
일부 위원 “2010년 일 어떻게 기억”
문화재청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건너편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층빌딩 개발계획에 대해 내린 조건부 가결 결정이 4년 전 문화재청 결정 내용을 뒤집는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입수한 문화재청의 공문을 보면, 문화재청은 지난 2010년 에스에이치(SH)공사가 제출한 서울 종로구 예지동 세운4구역 개발계획에 대해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바라볼 때 건물이 노출돼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역사문화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서울시와 종로구에 ‘불허 통지’ 공문을 보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상월대는 조선시대 제사를 지낸 곳인 만큼 그곳에서 건물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안 된다는 의미로 위원들끼리 합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에스에이치공사는 개발계획상 건물 높이를 일부 낮춘 뒤(55~87.4m→55~75m) 자체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 상월대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자료를 제출했고, 문화재위는 그해 5월 ‘조건부 가결’을 결정했다. 이 교수는 “상월대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9일 문화재위 심의에서 상월대에서 볼 때 건물이 3개 층 정도 보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개발계획을 의결했다. 특히 에스에이치공사의 경관 시뮬레이션 결과가 4년 전과 달리 건물 3개 층이 보이는 것으로 나왔음에도, 문화재청은 되레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두 차례 열린 문화재위 소위원회는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옥탑 높이만큼을 줄여야 한다’는 등의 논의만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심의에 참여한 한 문화재위원은 “4년 전에 명시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결정문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합의된 ‘높이’에 대해서만 논의했다”고 말했다. 당시와 최근 문화재위 심의에 모두 참여한 이혜은 동국대 교수(역사지리)는 “2010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전임 고위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결정 통지는 문화재위의 의견을 들어 청장이 결정한 사항으로, 문화재위가 그 결정을 번복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높이를 논의하는 이유는 결국 정전에서 볼 때의 경관을 논하자는 의미인데, 경관은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높이만 따졌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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