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27]
하늘무대로 간 예진이에게
천국에 있는, 보고 싶은 예진에게.
안녕 딸? 너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됐구나. 엄마는 오늘도 우리 딸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나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냄새라도 맡을까 싶어 베게에 얼굴 묻고 울다 잠이 들었나 봐.
아직도 이방엔 네 책상 침대 수학여행가기 전 입어던 옷들 다 그대로 있는데, 다 있는데 너만 없는 게 기가 막히는구나.
책상 위에는 여행 전 챙겨야 할 것들을 설레며 적은 메모지가 있더구나. 속옷, 반바지, 잠옷 등 모처럼 멋도 내고 싶었는지 파우치도 준비물로 적어놓았네, 그안에 무엇을 담았을까? 엄마가 봐도 잠이 부복하게 바쁜 고딩 시절을 보내다 친구들과 여행을 생각하며 얼마나 들떴을까?
처음으로 사준 보라색 캐리어에 짐을 쌌다 풀었다 하며 “엄마 너무 기대돼, 혼자만 제주고 가게 돼 동생 의찬이한테 미안해”하던 착한 누나. 수학여행 때 장기자랑 한다며 춤 연습에 휴일에도 늦잠 한번 못 잤잖아….
엄마는 아직 우리 딸한테 해줄 게 너무 많은데, 수능 뒷바라지도 해줘야 하는데, 엄마 아빠 몸은 힘들어도 너랑 의찬이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고 참 행복했는데….
엄마 목에 힘줄 수 있게 꼭 성공한다고, 참 열심히 살았던 듬직했던 내 딸. 이제 다 싫구나! 해뜨면 밝아서 슬프고, 밤이면 학원에서 올 시간인데 볼 수 없는 네가 보고 싶어 미칠 거 같고, 아침이면 아침밥 먹어줄 딸이 없어 슬프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이렇게 엄마를 슬프게 하고 먼저 갈 아이가 아닌데 왜 이별한 시간도 주지 않고 데려갔는지….도대체 왜 그랬는지…. 엄마 무섭다 너 없는 세상 어떻게 버텨야 할지….
예진아 내 딸 예진아 우리 딸 좋은 곳에 있는 거 맞지? 그곳에선 그렇게 하고 싶다던 연기랑 춤도 실컷 추며 행복해야 해. 보고 싶다. 간절히…. 사랑한다 내 딸.
2014년 6월23일
-네가 미치도록 그리운 엄마가
연재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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