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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이 출자한 ‘하늘 버스’…제주-서울 상공 달리는 부푼 꿈

등록 2014-07-27 20:29수정 2014-07-28 13:24

제주지역에서 도민의 항공이동권과 화물수송권 보장을 위한 ‘항공사 협동조합’ 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거대 자본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항공업계에 협동조합 항공기가 뜰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전경이다.
제주지역에서 도민의 항공이동권과 화물수송권 보장을 위한 ‘항공사 협동조합’ 설립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거대 자본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항공업계에 협동조합 항공기가 뜰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전경이다.
[지역 쏙] 제주 ‘항공사 협동조합’ 꿈틀

제주지역에서 ‘항공사 협동조합’을 세우려는 초유의 실험이 시작됐다. 84년 전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에 여객선 협동조합을 만들어 제주와 일본 오사카 항로에 여객선을 띄워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던 저력이 되살아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민에 의한, 제주도민을 위한, 제주도민이 만든 협동조합 항공기가 비상할 수 있을까.
제주에서 초유의 실험이 꿈틀대고 있다. ‘제주도민에 의한, 제주도민을 위한, 제주도민의’를 표방한 ‘항공사 협동조합’이 그것이다.

항공사 협동조합 설립 논의가 나온 것은 몇년 새 제주도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제주도민들이 제때 항공권을 구하지 못하거나 제주산 농수산물 수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여객)은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공항의 이용객 증가율은 연간 1.2~6.6%에 지나지 않았으나 저가항공 등장 등의 영향으로 2009년부터는 해마다 7.2~15.3%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였다.

제주도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1~6월) 제주공항의 국내선 수송(왕복) 실적을 보면, 하루 평균 336편(6만3670석)이 운항돼 탑승률 83.3%(5만3829명)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국내선 탑승률이 85.3%에 이르렀다. 탑승률이 80%를 넘으면 항공기 좌석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필요한 시간에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제주도민들이 항공기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화물 운송도 마찬가지다. 2012년과 지난해에는 제주지역 농산물 생산자 단체들이 대형항공사의 항공기 기종 변경과 운항 횟수 감축 등으로 월동채소와 신선채소의 항공수송이 어렵게 됐다며 물류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제주도민의 항공이동권과 화물수송권 보장을 위한 ‘항공사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이사장 김성오)와 항공 전문가들이 지난해 9월 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지난 5·6월 2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 설립 공청회를 열고 설립 추진모임도 만들었다. 이들이 구상하는 방식은 소비자(도민), 사업자, 직원들이 출자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오는 10월 조합 설립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계획을 보면 초기 설립 자본금은 100억원으로 개인 출자자의 출자금은 1인에 10만원 이상으로 구상했다.

저가항공탓 제주공항 이용객 늘어
도민들 항공 이동권 침해돼 울상
월동채소 등 수송 어려워 항의

‘항공사 협동조합’ 5월부터 공청회
도민 2만명 등 3만명 모아
설립 자본금 100억 확보 계획
화물기·여객기 2대 임대 운용 방안

도민 참여·자본금 모집이 관건
공신력 있는 기관서 검증 필요
원희룡 지사도 참여의사 밝혀

소비자 조합원은 제주도민 2만명, 재외 제주도민 1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기는 화물기 2대(1대는 예비용)와 여객기 2대를 임대 방식으로 구입해 화물기와 여객기를 순차적으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하루 5회 왕복하는 제주~김포 노선의 좌석 판매율 80% 기준으로 한달 평균 4만명이 이용해 연간 여객운송사업 매출액이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김포 왕복 항공요금을 8만원(현행 14만원 선)으로 잡았을 때다. 화물기는 제주~김포 노선을 일주일에 30회, 국제 노선 10회를 운항해 연간 270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채용하고, 이익금의 조합원 배분과 지역사회 환원도 계획하고 있다.

김성오 이사장은 “도민들 입장에서 보면 제주도 방문객이 증가할수록 항공이동권이 점점 침해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차례의 공청회에서는 항공사 협동조합의 안전성과 사업성, 초기 자본금 규모 등의 문제들이 제기됐다. 4차례의 항공사 설립 경험이 있다는 이재인 한국항공정비㈜ 대표는 “초기 자본금이 100억원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금융비용 등이 들어가서 단기수익을 내는 게 어렵지만 ‘하늘버스’는 조합비로 운영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를 설립하면 통상적으로 화물기를 먼저 띄운다. 제주도 내 농축수산물 등 하루 150t의 수요가 있다. 이 생산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이용하게 된다. 6개월 뒤에는 여객기를 띄우는데, 일반인에게 저가항공사보다 조금 싼 값으로 운영하면 얼마든지 흑자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가항공사나 대형항공사나 모두 국내외 항공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조합원의 동등한 대표성 때문에 안전운항을 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초대 위원장 출신인 이성재(66)씨는 “경영진부터 직원까지 같은 조합원이기 때문에 대화 통로가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이 안전운항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원칙은 민주성, 책임성, 공평성, 협력 등이기 때문에 일반 주식회사처럼 부의 집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항공사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 항공사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가장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항공사 협동조합 설립의 관건은 제주도민의 절대적 지지와 주도적 참여, 자본금 확보다. 농협, 수협, 신협 등 기관 투자자들이 나설지도 의문이다. 제주도민이 주도하고,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설립 추진모임 대표인 임문철 신부는 “설립 자본금과 매출액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검증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다음에는 도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제주도 공항인프라확충추진단장도 “(협동조합 설립 논의는)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 항공사가 작은 기업이 아니지 않으냐. 기술적, 재정적 측면 등 세밀한 분석과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선자 시절 공청회에 참석해 “개인적으로 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다면 참여하겠다. 도지사도 참여했는데 실패했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해야 한다. 도민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제주도민들이 만든 ‘하늘버스’ 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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