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음악가 꿈꾸던 지인에게
너무 보고 싶은 내 딸 지인아~.
엄마는 요즘 울보가 되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흐려도, 교복 입은 여학생만 봐도 눈물이 나는구나…. 수학여행 짐을 싸면서 옷이 너무 많다며 넣었다 뺐다 하고, 이건 언제 입고, 저건 언제 입고…. 너의 들뜬 모습이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아.
엄마는 하룻밤만 자고 나면 당연히 제주도 도착해서 “엄마 도착했고, 지금 여기는 어디고 어디로 이동할 거고….” 이런 통화를 할 줄 알았지.
4월16일 그날 아침에 제주도로 가는 배가 그 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중이라는 참담하고 어이없는 상황을 뉴스로 보다니…. 진도로 내려가서 설마 설마 하고 생존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우리 딸 이름이 없어서 보고 또 보고, 열 번도 더 보고 체육관에 있나? 아니면 병원에 가서 연락이 없나? 별별 생각 다했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는 팽목항으로 달려갔단다. 그런데 그날 저녁 바닷가는 왜 그렇게 춥던지, 그 차가운 물속에 내 새끼가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고, 아무것도 못한 채 바닷가에서 목이 터져라 이름만 부를 수밖에 없었던 그 처참한 현실이 고통스러웠단다.
그렇게 하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속이 시커멓게 타 4월23일 8일째 되는 날 오후 팽목항 신원확인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너를 확인하고 오열했다. 그저 그냥 자는 것 같은 예쁜 얼굴….“엄마 이 옷은 저녁에 잘 때 입을 거야”했던 그 옷을 입고 있었지….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그리고 며칠 뒤 유실물을 확인하던 중에 왼쪽 운동화 한 짝이 내 딸 것임을 알고 진도로 달려가서 신발을 가슴에 끌어안고 오면서 억울하고 분해서 가슴을 쥐어뜯어야 했단다.
엄만 4월16일 이후 모든 것이 멈춰 버렸어.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 어떡하지….
엄마는 왜 이렇게 잘해준 것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잔소리하고 ‘앞으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 거니?’라고 혼내기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해….
지인아 맨날 맨날 네 방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우리 지인이만 없구나…. 그래서 지인아! 지인아!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밤새 잠도 안 오고 뒤척이며 기다려도 안 오고…. 아직도 실감이 안나니 어떡하니….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딸 지인아! 엄마랑 17년이란 짧은 시간을 같이했지만, 엄만 우리 딸이 있어 너무 행복하고 기뻤어.
지인아 부디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나중에 하늘에서 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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