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제주시장이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에 건물을 짓고 공공용 상수도 공급 특혜를 받았는가 하면 농업보조금을 받아 보조사업 대상이 아닌 작물을 재배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31일 오후 “이 시장의 건축물이 들어선 지역은 건축이 불가능한데도 구좌읍이 건축신고를 수리했고, 수리 뒤에는 조건을 부당하게 변경해 이 시장에게 공공용 상수도를 공급해 특혜를 주는 등 8건의 위법·부당 사실을 확인했다”며 중징계 1명을 포함해 공무원 7명에 대한 문책을 관련 기관에 요구했다. 감사위는 이 시장의 건축물과 관련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14일부터 특별조사를 벌여왔다.
감사위 발표를 보면, 제주도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입목본수도(대상지역 내 자라고 있는 나무 숫자를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나무 숫자와 비교해 나타낸 비율)가 50% 미만의 토지에 한해 개발행위를 허가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이 시장 건축물 터의 입목본수도는 80.8%로 건축이 불가능한데도 2012년 6월13일 구좌읍이 건축신고를 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같은 해 5월18일 비자림 인근 지역의 관리를 위해 개발 행위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구좌읍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좌읍은 이 시장으로부터 비자림 내 공공용수의 상수도관이 아닌 신청지에서 1.3㎞ 떨어진 곳에서 원인자 부담으로 상수도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건축신고를 수리했으나 공사비 부담을 이유로 비자림 내 상수도관이나 다른 쪽에서 연결할 수 있도록 자주 민원을 제기하자 부당하게 변경해 결과적으로 공사비 절감 특혜를 주게 됐고 비자림 일대의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위의 지난해 농업기술원 종합감사에서 이 시장이 2011년도 시설원예단지 사업으로 40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서도 원예작물이 아닌 약용작물을 재배하는 사실을 확인해 지난해 11월25일 보조사업 대상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거나 보조금을 회수하도록 시정요구했는데도 농업기술원이 보조금 회수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이 시장에게 불법 증축 및 용도변경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상복구토록 했고, 목적외로 사용한 보조금 4000만원은 반납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건축물 신축 과정에서 공공용수가 개인에게 공급되는 선례를 남겨 문화재보호구역 내 비자림 일대의 난개발 발생이 우려돼 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감사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적인 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 드려 깊이 머리 숙여 사과한다. 감사위가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카페 건축물을 조속히 철거하도록 하겠다. 보조금 4000만원도 빠른 시일 내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장은 “최선의 시정활동을 하겠다”고 밝혀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운동의 1세대로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낸 이 시장은 지난달 8일 원희룡 제주지사이 제주시장에 임명했으나, 지역 언론이 이 시장의 건축물과 관련한 각종 특혜 의혹 등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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