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나크리’가 지나간 3일 오전 전남 강진군 회룡1길의 배 과수원 주인 김옥림(왼쪽)씨가 열매가 떨어진 배나무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배나무 한 그루에 배 200여개가 열리는데 이 중 120개 이상이 떨어진 것 같다. 가지가 끊어진 나무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북 청도군서 일가족 휩쓸려
제주 비행기 결항·정전 사태도
제주 비행기 결항·정전 사태도
제12호 태풍 ‘나크리’로 인한 폭우와 강풍으로 전국 곳곳에서 피서객 9명 등 10명이 숨지고 가옥이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3일 새벽 경북 청도군 삼계계곡에서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려 이 차에 타고 있던 한아무개(38)씨와 한씨 가족 등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로 피서를 갔던 한씨 가족은 이날 새벽 2시50분께 승용차를 타고 하천 바닥에 놓인 보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너 대피하려 했으나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다른 피서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이날 아침 6시40분께 하류로 2㎞가량 떨어진 하천보에서 차를 발견했으나 한씨 가족 7명은 모두 숨진 상태였다.
이날 아침 8시50분께 경북 영덕군 지품면 오천리 ㅇ야영장에선 강풍에 지름 70㎝, 길이 8m의 소나무 가지가 부러져 아래에 있던 텐트에 떨어지는 바람에, 텐트에서 잠을 자던 권아무개(7)군이 숨지고 권군의 아버지 등 2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경남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에선 피서객 정아무개(52)씨가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 2일 새벽 5시50분께 전남 완도의 한 양식장에선 김아무개(41)씨가 강풍에 떨어진 문에 머리를 맞아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날 밤 숨졌다.
경남과 울산의 지리산·영남알프스, 강원 삼척시 풍곡계곡 등 전국 계곡에선 이날 새벽 갑자기 불어난 물에 250여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날 오후 1시10분께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는 30대 남자가 실종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 한라산 해발 1700m 윗세오름에는 1일 124.5㎜, 2일 1175.5㎜, 3일 252㎜ 등 사흘간 1552㎜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2일 윗세오름의 강수량은 한라산에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하루 강수량으로 최다 기록이다.
2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면 일대 1649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하루 제주공항 출발·도착 항공편 411편이 결항돼 관광객 3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태풍의 길목에 놓였던 광주·전남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2일 오후 2시55분께 전남 여수시 여서동에선 1.5m 크기의 철제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가게 유리창을 깨 최아무개(21·여)씨 등 2명이 다쳤다. 2일 오후 1시께 광주 북구 기아 타이거즈 프로야구단 전용구장의 지붕 패널 17장이 강풍에 떨어지기도 했다.
충남에선 2일 밤 9시10분께 당진시 석문면 당진화력발전소 근처 바다에 정박했던 46t급 예인선과 부선이 좌초됐다. 인천과 섬 지역을 오가는 모든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3일 통제됐다.
창원 제주 홍성 인천/최상원 허호준 전진식 박경만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