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왼쪽 십자가를 든 이)씨,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오른쪽)씨와 시민들 등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이 4일 오후 광주 인성고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깃발을 들고 걷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 28일째
광주서 동행 시민 300명으로 늘어
15일 대전서 교황 미사 참여 예정
광주서 동행 시민 300명으로 늘어
15일 대전서 교황 미사 참여 예정
노란 우산을 든 시민들이 순례단을 반갑게 맞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28일째 걷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은 4일 오후 3시께 광주광역시 남구 송하동 인성고 정문 앞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김웅기(17)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와 고 이승현(17)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 자발적으로 함께 걷고 있는 시민들로 꾸려졌다.
이날 전남 나주를 출발할 때 50여명이던 순례단은 광주 남구 대촌육교를 지나면서 150여명이 됐고, 이후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 등이 동행해 300여명으로 늘었다. 순례단은 ‘실종자를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방림동 성당까지 빗길을 행진했다.
김학일씨는 “광주에 가까워지니까 분위기가 다르더라.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함께 걸어 주신다. 아이들 고통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한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힘이 난다. 내일 광주 금남로를 걸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진씨도 “5·18의 진실도 결국 밝혀졌듯이 세월호 참사도 반드시 진상 규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순례는 지난달 8일 두 아버지가 아이들의 슬픈 영혼을 위로하려고 나무 십자가(길이 130㎝, 무게 5㎏)를 짊어지고 안산을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유족들만 참여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지역 주민들이 구간마다 동참하면서 ‘순례단’이 됐다. 하루 20~25㎞씩 460여㎞를 걸어 지난달 28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순례단은 이틀 뒤 팽목항을 출발해 대전을 향해 걷고 있다. 순례단은 방한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해 나무 십자가와 물통을 봉헌할 예정이다. 물통엔 진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떠 담은 바닷물이 담겨 있다. 이 물은 “아이들의 피눈물”을 상징한다.
이탈리아에서 천주교 광주대교구로 실습왔다가 이날 순례단에 동참한 니콜로 리촐로 신부는 “한국인들이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극복하려 하는 점에 놀랐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이정연 <한겨레21>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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