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후 충북 음성군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복하고 있다.
음성/사진공동취재단
장애어린이 율동공연 땐
준비된 의자 마다하고
선채로 눈높이 맞춰
강론 요청하자 짧게
“모든 분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빕니다” 남겨
준비된 의자 마다하고
선채로 눈높이 맞춰
강론 요청하자 짧게
“모든 분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빕니다” 남겨
병들고 소외된 이웃 2000여명이 생활하는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한 행동으로 장애와 버림의 이중 아픔을 간직한 ‘작은 이들’과 마음 높이를 맞췄다.
16일 오후 4시10분께 헬기 문이 열리고 교황이 꽃동네에 나타나자 꽃동네 회원, 천주교 청주교구 신자 등 3만1000여명이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연호했다. 교황은 첫 방문 장소인 희망의 집에 이르는 500여m 동안 10여차례 차를 세워 경호원이 올려준 아이들의 볼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황은 장애인들과의 만남 내내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 힘썼다. ‘주님 달링, 주님 허니’, ‘축복합니다’ 등의 노래에 맞춰 교황 환영 율동을 한 장애 어린이 11명에게 일일이 입을 맞추고 안았다. 사지장애 때문에 자리에 앉아서 율동을 한 차해준 필립보(9) 등을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전했다. 손을 빨던 한 젖먹이의 입에 교황은 자신의 손가락을 넣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교황은 평생 병상에 누워 있는 오미현 리나(23) 등 희망의 집 안에 있던 장애인, 노인 등 80여명과 일일이 볼을 부비고, 안고,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황은 꽃동네 쪽이 마련한 의자도 마다했다. 장애 어린이 등의 공연에 앞서 꽃동네 쪽이 거듭 앉기를 청했지만 교황은 “괜찮아요. 서 있는 게 좋아요”라며 희망의 집에서 장애인 등을 만나는 동안 한순간도 앉지 않았다.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가 감사의 뜻과 함께 강론을 청하자, 교황은 성모께 드리는 기도를 함께 하자고 한 뒤 “모든 분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빕니다”라고 짧은 말을 남겼다. 꽃동네나 오 신부 등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애초 30분 정도 이곳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교황은 50여분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교황은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 모인 전국의 수도자 4327명에게 소박한 생활을 주문했다. 교황은 수도자들에게 건넨 강론에서, “청빈을 말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라고 했다. 윤야고보(42) 예수회 꽃동네 자매회 수녀는 “가난과 정결, 순명, 공동체 삶의 중요함에 대해 말씀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2시간30분 남짓 꽃동네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 방한 기간 쓰는 ‘작은 차’ 쏘울을 타고 헬기장으로 향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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