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서 빌딩 안보이게” 4년전 유네스코에 보고해놓고
빌딩 3개층 보이게 설계됐는데
‘세운4구역’ 개발계획 통과시켜
빌딩 3개층 보이게 설계됐는데
‘세운4구역’ 개발계획 통과시켜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4구역’의 빌딩 개발계획과 관련해 4년 전 유네스코에 “종묘에서 보이지 않게 빌딩 높이를 낮추도록 서울시에 권고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종묘에서 볼 때 빌딩 3개 층이 보이는 개발계획을 통과시킨 문화재청의 지난달 9일 심의 결과와 상충하는 것이다.
27일 <한겨레>가 입수한 문화재청의 ‘서울의 세계유산인 종묘 주변 세운4구역 개발 계획에 대하여’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문화재청은 세운4구역 빌딩 개발계획에 대해 “새로 짓게 될 빌딩은 높이를 낮춰 종묘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reduce the hight of new buildings not to be seen from Jongmyo)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문화재청이 2010년 5월 에스에이치(SH)공사의 세운4구역 개발계획을 조건부 가결한 뒤 그해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보낸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종묘에서 세운4구역 빌딩이 보이지 않는다는 에스에이치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빌딩 최고 높이만 75m로 낮춰 개발계획을 통과시켰다. 다만 문화재청 안팎에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수림대 등을 측량한 결과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다시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종묘 훼손 논란이 다시 시작된 건 올해 초 에스에이치공사가 다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4년 전과 달리 종묘에서 빌딩 3개 층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부터다. 문화재청 안팎에선 2010년 결정의 취지가 ‘종묘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는 주장과 ‘최고 높이를 낮춘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문화재청은 후자를 택했다. 지난달 건물 최고 높이를 75m에서 71.9m(옥탑 포함)로 낮춰 개발계획을 가결했다. 높이를 낮췄지만 여전히 종묘에서 3개 층이 보이는 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0년 심의 때도 수목선이 (종묘에서 보이는지가) 결정의 판단 기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는 2010년 결정의 취지가 ‘종묘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2010년 4월 심의에 제출된 개발계획에 대해서는 “종묘에서 바라볼 때 빌딩이 노출돼 종묘의 역사문화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부결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제출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긴 것은 당시 시뮬레이션 결과를 풀어쓴 것일 뿐이다. 결정을 뒤집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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