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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75살 할머니 뱃사공 길영자씨
“신의~하의도 다리 생길때까진 배 띄워야지라”

등록 2014-09-09 19:29

전남 신안군 신의도~하의도를 잇는 할머니 뱃사공 길영자(75) 씨
전남 신안군 신의도~하의도를 잇는 할머니 뱃사공 길영자(75) 씨
남편 여위고 8년째 나룻배 운전
“아직 힘 넘쳐…걱정 붙들어매쇼”
“이 거이 내 임무인디 해야제 어쩌것소. 저 다리가 완공될 때까지는 잘 해 내야지라.”

전남 신안군 신의도~하의도를 잇는 할머니 뱃사공 길영자(75·사진)씨는 4일 “믿고 전화해 준 손님들을 저편에 건네줘야지 실망시키면 안되지라. 무릎 관절이 좀 불편해도 아직은 힘이 넘치니까 걱정 붙들어매쇼”라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보는 손님은 다들 나이를 물어봐요. ‘60대’라고 응대하고는 함께 웃지요.”

길씨는 노 대신 키를 잡은 신식 뱃사공이다. 30여년 전부터 부부가 정기여객선 취급소를 하면서 목선에 경운기 엔진을 달아 두 섬을 오가다, 남편을 여윈 8년 전부터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0.98t급 나룻배를 혼자서 능숙하게 부리고 있다.

인접한 신의도와 하의도는 각각 육지와는 연결돼 있지만, 두 섬 사이의 왕래는 뱃길로 해야 한다. 하루 2편의 여객선이 신의도 서리항과 하의도 웅곡항을 오가지만, 여객선을 놓치면 통행이 막막해진다. 이런 불편함을 덜어주는 수단이 신의도 기동선착장과 하의도 봉도선착장을 잇는 길씨의 나룻배다.

두 섬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에는 2016년 9월까지 해상 교량 550m를 비롯해 길이 1389m인 연도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금씩 조금씩 바다 위로 올라가는 교각을 지켜보며 날마다 뱃길을 오가는 길씨는 “손님들을 모시는 일이 즐거워 이러고 있다. 자식들이 만류하지만 아직은 팔팔하다. 2년 뒤 다리가 완공되면 그때가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길씨는 하루 평균 10여명도 안 되는 손님을 기다리며 외롭게 나룻터를 지키고 있다. 손님이 전화를 해오면 바닷길 600m를 건네주고 배삯으로 5천원씩을 받는다. 손님이 적기 때문에 배삯을 수입으로 삼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남편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나룻배를 아직은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 관광객이나 업무차 두 섬을 오가는 행정·농협·건설사 직원들, 상가나 결혼식에 들르려는 주민들을 실어 나르지라. 어쩌다 독감이라도 걸려 쉴 때도 있는디 그라믄 맴이 영 불편허제.”

신의면 상태서리 기동마을 윤선인(67) 이장은 “나이가 드셨어도 활기차고 선선하시다. 바다를 집으로 생각하는 그 분이 없으면 다들 아쉬워할 것이다. 예전에 공동 생활권이었던 하의도와 신의도를 이어주는 주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강제윤 섬학교 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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