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저소득 학부모, 학기중 자녀 방학에 ‘속앓이’
남편의 월 수입이 여의치 않아 중소업체에서 경리 업무를 보는 김아무개(37·여)씨는 20일 추석 연휴를 끝내고 출근했으나 집에 두고 온 초등학교 1·3학년짜리 두 아들이 걱정돼 종일 일손을 잡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5월 학교에서 이틀 동안 효도방학을 했는데, 또다시 추석 연휴가 끝난 20~21일 효도방학에 들어갔다”며 “저희들끼리 집에서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 놓인다”고 말했다.
울산의 초등학교들이 지난 5월 가정의 달에 이어 추석을 전후해 이틀 동안 가족사랑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효도방학을 하자, 자녀를 맡길 곳이 마땅하지 않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역 초등학교 106곳 가운데 104곳이 추석 연휴 하루 전인 16일과 추석연휴가 끝난 20~21일에 하루 또는 이틀씩 효도방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주 5일 근무에 맞춰 수업을 하지 않는 매달 넷쨋주 토요일엔 많은 학교들이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효도방학 때는 어느 학교도 아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효도방학 기간에 어린 자녀들만 집에 남겨둔 채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직장에서도 아이들 걱정에 일손을 잡지 못하고 종일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효도방학은 학부모 대표 등이 포함된 각급 학교 운영위가 학기초에 연간 의무수업 일수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고 있다”며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려 해도 인원수가 너무 적은데다 교사들의 반발이 커 시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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