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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부추긴 중국 ‘먹튀 자본’

등록 2014-09-28 21:03수정 2014-09-29 11:07

중국 백통신원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중산간지역에 건설중인 치이리인리조트 단지.
중국 백통신원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중산간지역에 건설중인 치이리인리조트 단지.
[지역 쏙] 중국 자본의 제주 공습 논란

한라산에서부터 해수욕장, 카페에 이르기까지 제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중국인들의 제주땅 매입 규모는2009년 이후 5년 새 300배 가까이 치솟았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제주도 곳곳에 휴양관광시설을 지으면서 경관 훼손과 환경 파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자본과 지역사회의 상생의 길은 없을까.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신제주 바오젠거리. 삼삼오오 카메라와 쇼핑백을 든 중국인들로 거리는 붐볐다. 횟집이나 식당, 화장품 가게들은 중국어 간판이나 한류 스타들의 사진을 내걸고 있었다. 중국어를 구사하는 종업원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원래 이곳은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거리였으나 2011년 중국의 바오젠그룹 사원 1만2000여명의 제주도 방문을 기념해 제주도가 이름을 바꿨다. 제주도의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몰린다.

이곳에서 300m 떨어진 신라면세점 주변은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중국인들로 붐빈다. 한라산 등산객 가운데 상당수도 중국인들이다. 성산일출봉은 중국 유명 관광지로 착각할 정도로 중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속도에 맞춰 중국인의 제주도 부동산 소유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제주 땅 매입과 영향은

제주도가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대구 중남구)에게 제출한 제주도 내 중국인 소유 토지 현황을 보면, 중국인 소유 토지는 2009년 1만9702㎡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592만2327㎡로 296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2010년 2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뒤 해마다 중국인들이 취득한 토지 면적을 보면 2010년 7만612㎡이던 것이 2011년에는 131만9943㎡, 2013년 122만383㎡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만 277만2536㎡를 사들였다.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2009년 전체 외국인 소유 토지 760만8000㎡의 1%에도 미치지 않았으나 5년 새 43%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가 2004~2014년 중국인들의 토지 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 전체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북서부 지역에, 행정적으로는 제주·서귀포시 신시가지에 집중돼 있었다. 김 교수는 “개별 필지를 분석한 결과 제주시 노형동·연동 지역에는 중국인들이 개별적으로 건물을 산 것이 보인다”고 했다.

중국 자본가들이 제주 토지를 매입하고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26일 낮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한라산 밑에 자리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백통신원의 치이리인리조트 개발 현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백통신원은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54만9000㎡의 터를 위미마을공동목장조합으로부터 사들였다. 2016년까지 휴양콘도미니엄(469실)과 호텔(200실) 등 휴양관광시설을 갖추게 된다.

백통신원에 토지를 판 위미리의 한 주민은 “쓸모없는 공동목장 땅이었는데 5~6년 전 3.3㎡에 5만~6만원에 팔았다. 그때 시세로는 잘 받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15만~20만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토지 보유 2009년엔 2만㎡

5억 이상 투자 땐 ‘비자’ 투자이민제

2010년 시행부터 토지 매입 급증

올 상반기에만 277만㎡ 사들여

비자 받은 외국인 98%가 중국인

중국 돈, 콘도·호텔 등 개발에 몰려

헐값에 토지 사들여 비싼 값에 분양

환경 파괴·경관 사유화 등도 논란

전문가 “이민제·투자지구 수정을”

도 “이민제, 도민 이익…보완·시행”

“투자 지구 대상서 숙박업 등 제외”

바오젠거리와 신라면세점 주변 등의 임대료는 폭등했다. 바오젠거리 주변에서 음식점을 하는 고아무개(47)씨는 “지난해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료가 1년에 24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50% 뛰었다. 100% 인상된 곳도 있지만 그동안 투자한 게 아까워 남아 있는 가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내 유명 음식점과 호텔들이 중국인에게 팔렸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해당 업소는 펼침막이나 신문 광고를 통해 해명하기에 바쁘다. 제주시 연동 마리나호텔은 도로변에 호텔을 팔지 않았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어놓고 있다.

■ 중국인들의 제주투자 논란 이유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의 한 24시 약국 겸 편의점 앞에서 중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거나 보고 있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의 한 24시 약국 겸 편의점 앞에서 중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거나 보고 있다.
중국 자본들은 대부분 분양형 휴양콘도 등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부동산 개발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한 투자진흥지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투자진흥지구는 2002년 4월 시행됐는데, 민자유치 촉진을 위해 일정 금액을 투자한 기업에 국세(법인세·소득세), 지방세, 각종 부담금 등을 면제 또는 감면해준다. 그 결과 투자가 부동산 개발에 집중됐다. 지구 지정 기준은 애초 2000만달러 이상 투자에서 2006년 7월부터 500만달러(50억원) 이상으로 하향됐다. 실제로 국내외 자본이 투자한 44개 투자진흥지구 가운데 39곳이 휴양·호텔에 집중돼 있다.

또 2010년 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부동산투자이민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이 휴양콘도 등 휴양체류시설에 일정 금액(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비자(F-2)를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F-5)을 허용해준다.

지난 8월 말까지 중국인들에게 분양된 휴양콘도는 1438가구(9600억원)로, 2010년 10월 중국인에게 첫 거주비자가 발급된 이후 지금까지 768명이 비자를 받았다. 거주비자를 발급받은 전체 외국인 783명 가운데 98%가 중국인이다.

김태일 교수는 “투자 유치가 너무 부동산 개발 쪽에 맞춰진 게 문제다. 이런 개발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거주비자를 주는 제도”라며 “그러나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송재호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건설회사처럼 개발하고 분양한 뒤 떠나버리는 것은 관광 개발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최근 “일부 투자영주권제도 등의 요인으로 부동산 매입과 숙박시설 분양 등에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숙박시설의 공급 과잉은 제주의 미래가치에 반하는 것이고 투자자 이익에도 저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오전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 대강당에서 공무원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1일 오전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 대강당에서 공무원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헐값에 대규모 토지를 사들여 개발한 뒤 비싼 값에 분양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중국계 홍콩 자본 등이 2018년까지 2조5600억원을 들여 휴양콘도와 호텔, 테마파크 등을 건설할 서귀포시 신화역사공원 내 터 251만9627㎡의 매매도 헐값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6월 초 정보공개를 통해 신화역사공원 조성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련 법률에 따라 판매가격을 산정하면 1㎡에 6만7354원(감정평가액 5만8569원+이윤 8785원)이지만, 개발센터의 판매가는 5만8630원으로 감정평가액보다 61원밖에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원은 지난달 말 이를 수용했다.

환경파괴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백통신원이 건설중인 제주리조트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에서 700m밖에 떨어지지 않아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 칭다오의 신해원유한회사가 서귀포시 송악산 샛알·동알오름 앞 일대 등 19만1950㎡에 추진중인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지역은 한라산 정상과 산방산, 형제섬 등이 한눈에 들어와 ‘경관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귀포시 안덕면에 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차이나테디의 휴양콘도를 짓는 테디팰리스 리조트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절차 이행을 촉구했다.

■ 대안은 없나?

전문가들은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부동산투자이민제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카이스트에 출강하는 강영삼(51·경제학) 박사는 “지금의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부동산 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도 양질의 중국 자본의 투자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강 박사는 이에 대해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가 기업의 이익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의식을 가진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토지를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 임대해 지역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현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도 “지금처럼 부동산 개발을 하는 업체는 투자진흥지구에서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자본의 성격에 따라 고용 창출이 많이 되는 유망 산업 쪽은 투자자본이 50억원이 안 되더라도 고용 약속을 전제로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석 제주도 국제통상국장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도민 이익에 부합되는 제도여서 2018년 일몰제 시효 만료 뒤에도 계속해서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 전 지역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단지로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도록 논의하고 있다. 금액도 5억원 이상 투자에서 지방채권(5억원) 매입을 추가하는 안을 만들어 법무부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휴양콘도 등 전문휴양업과 카지노, 면세점 등은 투자진흥지구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제주도의 자원과 연관된 산업 등을 추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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