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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미얀마 허각’ 꿈꾸는 이주노동자의 눈물

등록 2014-10-13 19:05

‘2014 대한민국 이주민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미얀마 출신 민소투(32).
‘2014 대한민국 이주민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미얀마 출신 민소투(32).
이주민가요제 대상 받은 민소투
다니던 직장서 허리다쳐 실직
보름내 새직장 못구하면 출국될 판
“한국서 어렵다면 돌아가 가수될 것”
“한국에서 어렵다면 미얀마에서라도 꼭 가수로 인정받고 싶어요.” ‘2014 대한민국 이주민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미얀마 출신 민소투(32·사진)의 꿈이다.

이 대회는 지난 10~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이주민축제인 ‘맘프’(MAMF·이주민 아리랑 다문화 축제)의 주행사로, 대상 수상자에겐 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한국 연예계 진출 지원이라는 특별한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주민들 사이에 ‘꿈의 무대’로 불린다. 대상을 받은 뒤 한국 연예인으로 성공한 이는 가수 겸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칸 모하마드 아사주드만(39·한국이름 방대한)이 대표적이다.

민소투는 이번 대회에서 가수 허각의 노래 ‘언제나’를 열창해 50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한류 덕택에 한국 가요를 알게 됐는데, 특히 가수 허각과 노래 ‘언제나’를 좋아해 미얀마에서도 즐겨 불렀어요. 허각도 이런 가요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가수가 됐잖아요. 그래서 저도 가요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소투는 한국 연예계 진출을 시도할 기회도 없이 미얀마로 돌아가야 할 형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용허가제 규정에 따라 3년 기한으로 한국에 왔다. 경기도 화성의 제조업체에 취업했던 그는 3개월 남짓 만에 경기도 부천의 다른 제조업체로 옮겼다. 하지만 이곳에서 허리를 다쳐, 직장을 그만두고 석달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실직한 이주노동자의 구직 유효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유효기간 만료일인 오는 30일까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민소투는 한국 체류 허용기간이 2년 이상 남아 있지만 미등록 외국인으로 신분이 바뀌어 미얀마로 돌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허리까지 다쳐 오랫동안 서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기 어려운 그가 이달 말까지 한국에서 새 직장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허리를 다치기 전 대회 참가 신청을 해서 2차례의 치열한 지역예선을 통과한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 ‘꿈의 무대’에 서보기라도 해야겠다는 욕심에 본선에 나왔다가 대상이라는 기대 밖의 성과를 거뒀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한국에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미얀마에 돌아가서라도 반드시 가수가 되겠습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그는 눈물을 쏟으며 “아이 러브 코리아”를 거듭 외쳤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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