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민단체·전공노, 도의회 비판
“의원몫 선심성 예산 요구 몰염치”
일부 “도의회와 논의는 필요” 지적도
“의원몫 선심성 예산 요구 몰염치”
일부 “도의회와 논의는 필요” 지적도
제주도의회가 의원 1명당 20억원의 이른바 ‘재량사업비’ 부활을 제주도에 요구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등이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지역의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도와 도의회, 지역주민 등이 사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5일 성명을 내고 “재량사업비는 시책추진 보전금이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로 둔갑되는 등 사용처나 사용기준 등 예산편성의 기본도 확정하지 않은 채 ‘재량’대로 집행돼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며 “예산 협치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도의회의 주장은 재량사업비 부활을 위한 꼼수이고, 협치를 호도하는 자가당착”이라며 구성지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제주경실련도 “제주도의 심각한 재정난과 가용재원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원 몫’으로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한 행태다.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용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된다”며 재량사업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도 이날 “과거 도의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민원 해결이라는 명분으로 선심성 예산을 증액해 왔으며, 이런 편법적 예산편성은 검증되지 않고, 업무담당자 입장에서도 징계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며 “예산편성권 공유 요구는 지방재정법에 예산편성권과 심의권이 구분된 법적 사항을 위반하고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대 양영철 교수(행정학)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의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해서 예산편성 과정에서 객관적 타당성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선심성이라고 판단되면 제외하면 된다”며 “그러나 의회가 요청한 예산을 반드시 들어준다는 건 예산편성권 침해로 볼 수 있어 곤란하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의회는 최근 의원 공약사항인 지역현안 해결에 10억원, 재량사업비로 불리는 주민숙원사업비를 현행 3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1명당 20억원씩, 모두 820억원의 예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경우에는 기초자치단체가 없기 때문에 각종 민원이 도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도의원들의 부담이 크다. 도의원과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협의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면 예산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왜곡현상이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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