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헌책방 영록서점 박희찬 대표
창원 헌책방 영록서점 박희찬 대표
17살때 손수레로 시작 42년째 한길
17살때 손수레로 시작 42년째 한길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100일을 가지 못하지만, 책은 오래될수록 향기를 더하죠. 그래서 헌책이 꽃보다 아름다운 겁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 지난해 11월 새로 둥지를 튼 헌책방 ‘영록서점’의 입구엔 큰 글씨로 ‘헌책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적혀 있다. 영록서점 대표 박희찬(59·사진)씨는 21일 “세월이 흐를수록 헌책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확신이 더욱 굳어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학교를 중퇴한 1972년부터 헌책방을 운영해왔다. 처음엔 고물상에서 헌책을 구입해 손수레에 싣고 다니며 팔았다. 첫날 450원을 받고 3권을 팔았다. 그로부터 42년 지난 지금 영록서점은 120만권의 책을 갖춘 경남에서 가장 큰 헌책방이 됐다. 조사를 해본 적은 없으나 전국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영록’은 푸른나무(綠)의 그림자(影)라는 뜻으로, 누구라도 쉬다 갈 수 있는 그늘이 되겠다는 박 대표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새달엔 손님들이 책도 읽고 차를 마시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북카페도 문을 열 예정이다.
출판시장의 침체와 인터넷 서점의 등장 등으로 서점이 사라져가면서 헌책방도 위기를 맞고 있다. 박 대표는 “출판사들이 인터넷 판매에 치중하면서 책을 적게 찍고 빨리 절판시킨다. 또 인기가 있을 만한 책은 예전 같으면 문고본으로 낼 것을 3권짜리로 부풀려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새책방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집계를 보면, 전국에 문구류 판매 등을 겸업하지 않는 순수 서점은 2003년 2247곳에서 2013년 1625곳으로 10년 사이 30% 가까이 문을 닫았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박 대표는 2006년엔 온라인서점(younglock.com)도 문을 열었다. 전국에 회원이 3만여명으로, 하루 평균 2500여명이 방문해 6800여건을 클릭한다. 온라인 판매 매출은 한달에 1500만~2000만원에 이른다. 회원들이 책을 검색할 수 있도록, 박 대표는 매일 소장도서의 출판일자·출판사·글쓴이·초·재판 여부·가로나 세로 쓰기 여부 등을 일일이 등록한다.
그는 “새책방과 달리, 헌책방은 큰돈 들이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데다 노력의 대가가 분명히 돌아온다.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권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7시30분 문을 열어 밤 9시까지 근무한다. 그의 별명은 ‘연중무휴’다.
“나는 <현대문학>이 창간된 55년 태어나, <문학사상>이 창간된 72년부터 헌책방을 운영했어요. 많은 문학잡지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지만, 이 두 잡지만은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지요. 내가 평생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헌책방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그는 “무얼 했든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