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소나무 부풀려 빼돌린듯
애월읍서만 5000만원 가능성
도, 수사 의뢰 “확인땐 엄정조처”
애월읍서만 5000만원 가능성
도, 수사 의뢰 “확인땐 엄정조처”
제주지역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대량 고사하고 있는 가운데 방제사업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방제예산이 빼돌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제주도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태근 제주도 환경보건국장은 29일 오전 브리핑을 열어 “소나무재선충 방제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 상황을 감사위원회에 통보해 행정적인 미비점이 있으면 감사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실무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법적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고, 사법적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한 뒤 후속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이날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한 것은 방제사업을 허위로 부풀려 사업비를 빼돌린 의혹이 짙다는 지역방송의 보도 때문이다. 지역민방 <제주국제자유도시방송>(JIBS)은 최근 재선충병에 걸려 제거된 소나무마다 지피에스(GPS·지구위치확인시스템) 좌표가 표시된 지피에스 번호를 근거로 방제비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짜 지피에스 좌표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제주시 애월읍 지역의 경우 지피에스 좌표상 고사목은 2600여그루로 돼 있으나 실제로 제거된 고사목은 1800여그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 지급된 사업비는 1억6000여만원이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한그루의 방제비용이 4만~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빼돌려진 예산이 5000만원 정도에 이른다. 제주도 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질 경우 이런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국장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는 2018년까지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벌도 받고, 엄정하게 조처하겠다. 이번에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은 원희룡 제주지사도 “도민의 의혹이 있으면 명백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며 수사 의뢰를 주문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고사목 54만5000여그루를 베어내 파쇄와 소각, 훈증, 매몰 등의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국비 179억원과 지방비 260억원, 도민 성금 8억원 등 모두 447억원이며, 방제작업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치는 등 안전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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