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계약 해지땐 농민·학생 피해”
비리업체와 계약기간 마저 채우기로
비리업체와 계약기간 마저 채우기로
경기도내 일선 학교에 급식재료를 공급하는 위탁사업자가 억대의 식재료비를 빼갔음에도 경기도가 해당 업체와의 계약 해지는커녕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민관 공동 관리기구 설치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4일 경기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2011년 농민들한테 사들인 경기도산 친환경 농산물을 일선 학교에 공급할 위탁사업자로 ‘경기친환경조합공동사업법인’(친조공)을 지정했다. 친조공은 경기도내 지역 단위 농협 13곳이 1억원씩 출자해 세웠으며, 식재료 공급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친조공은 바로 다음해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억5천여만원어치의 농산물 가공품을 일선 학교에 공급하면서 서류상 납품업체인 ㅇ사를 거치도록 하는 수법으로 이 업체가 3179만원의 중간 이윤을 학교로부터 취득하도록 했다. 또 2012년에는 15차례 걸쳐 매출 전표를 허위로 만들어 ㅇ사가 7665만여원을 챙기도록 했다. 이런 비리는 지난 5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ㅇ사는 금융권에서 빌린 50억원을 갚지 못해 경기도내 792개 학교와 경기도 및 31개 시·군의 거래 은행 통장이 가압류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그러나 경기도는 비리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기는커녕, 내년 2월까지 계약 기간을 마저 채운다는 방침이다. 김충범 경기도 농식품유통과장은 “업체와 바로 계약을 해지하면 농민과 학생 모두가 피해를 입기 때문에 감사원과 협의해 계약 해지 대신 시정 조처를 취했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위탁사업자를 공모제로 바꾸는 방안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나 유통 비리 재발 방지와 투명한 식재료 공급을 위해 공공과 민간 부문이 직접 식재료 공급을 관리 감독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친환경학교급식 경기운동본부’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경기도 광역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직접 유통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09년 19억원을 지원해 학교급식 시범사업에 나선 이래 올해 1486개교에 416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난 6년 동안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공급에 1211억원을 지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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